로댕의 진품 ‘생각하는 사람 ’(왼쪽)과 위조범 기 앵이 만든 가짜.

## 프랑스 골동품상 출신 완벽솜씨…로댕 등 5000점 팔아 ##

서구 미술계가 6000만 달러(약 780억원)어치의 브론즈 조각작품 위조
사건으로 시끌시끌하다. 프랑스의 기 앵(Guy Hain·59)이라는 조각작품
전문 위조업자가 최소한 15년에 걸쳐 5000여점의 조각작품을 위조해
유통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업자가 위조한 작품은 로댕, 부르델, 카미유 클로델 등
19세기말~20세기초의 대표적 조각가들의 작품들. 게다가 범인은 지난 6월
프랑스 법원의 선고공판 직전에 도주, 잠적한 상태다. 이때문에 정확한
범행규모와 작품의 유통경로 조차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고 미국의 미술
전문지 '아트 뉴스'가 최근호에서 보도했다.

기 앵은 원래 골동품상 출신. 1979년 루브르박물관 인근 골동품상가에
'부르고뉴 공작'이라는 가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부터
가짜 작품으로 문제가 됐다. 1989년 1월 로댕박물관에 의해 그가 취급한
로댕 가짜 작품이 적발되는 바람에 가게 문을 닫기도 했다. 이 후
수사당국의 의심을 받던 기 앵의 범죄행각이 드러난 것은 지난 1992년.
전화도청 등의 방법으로 그를 감시하던 수사당국이 프랑스 동부 디종
인근 주물공장을 덮친 것.

기 앵의 이혼한 전부인 명의로 된 이
공장에서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석고모형부터 브르델, 카미유
클로델 등의 작품 모형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그가 만들어낸 가짜
작품들은 전문가들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완벽하게 모방한 것. 그는
특히 로댕미술관으로부터 복제품 제작을 의뢰받아서 작품을 제작한
후에는 '복제품'이라는 글자를 지워버리고 로댕 생전에 제작된 것처럼
조작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경매에서 진품을 산 후 값을
지불하기도 전에 진품을 이용한 가짜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짜를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가 한창 가짜를 만들어낸 시기가 서구 미술계가 과열양상을
보인 1980년대라는 점. 크리스티 경매회사 프랑스 사무소의 제롬 르
블레씨는 "80년대는 미술시장이 너무 과열돼 구매자들이 작품의 품질은
뒷전으로 생각하던 때였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당시 기 앵이 제작한
가짜 작품들이 유럽과 미국의 주요 미술관에 소장됐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