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 국무총리의 총리잔류의 변(辯)은 아무리 뜯어봐도
도무지 요령부득이다. 이 총리는 지속적인 국정개혁과 대북화해
추진을 위해 총리직에 유임하겠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엊그제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사태는 대북정책의 내용과
속도를 조절하라는 뜻이고 그 바탕 위에서 국정을 새로
가다듬으라는 국민요구의 반영이었다. 국정기조를 가다듬으려면
사람을 바꿔야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유임해야겠다니 우선 어리벙벙하다.

또 아니할 말로 이 나라에서 총리가 국정을 주도하고 대북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 총리는 이런 자신의 처신의
이유로 대통령의 간곡한 요청과, 그것을 따라야 할 고위공직자의
도리라는 걸 들었다. 이건 더욱 모를 소리다. 이 총리는
연합정권의 한 축(軸)이던 자민련 총재로서, 그리고 그런 자격으로
총리를 맡았던 것이다. 이제 연합정권이 해체돼 모두들 돌아가는데
혼자만 남아있겠다니, 이야말로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다.

이 총리는 고위공직자이기 전에 한 정당의 총재라는
고위정치인이다. 그런데 지금 이 총리가 취하는 처신은 고위공직자의
도리도 아닐 뿐더러 더욱이 최고위급 정치인으로서도 마땅한 윤리적
행동이 아니다. 어찌보면 그는 이번 사태로 민주당으로 복귀하는
'빌려온 위원 '들만도 못한 처신을 한 것이다. 이러고서도
당(黨)을 떠나지 않고 당의 구성원으로서 남겠다니, 더욱 해괴한
언사라 아니할 수 없다. 꿔다놓았던 민주당 의원들이 돌아가 이미
교섭단체 자격까지 상실한 자민련은 이 총리의이번 처신으로 해서
거의 당이 흔들릴 정도의 타격을 받을 것임이 분명하다. 이런 형편에
당에 남을 생각을 하다니 정치하는 사람은 다 그렇게 안면몰수
식이어야 하는가.

함께 살다 갈라서는 부부에게도 지켜야 할 마지막 도리는 있는
법이다. 함께 살던 정을 생각해서라도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금 이정부 이 정권이 하는 일에선
그 마지막 도리마저 찾을 수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