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28ㆍLA 다저스)가 8회말 교체되는 순간 '쿠어스필드에서 이보다 더 잘 던지기 힘든데 왜 벌써 교체를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원투수 멀홀랜드가 첫 타자 오티스에게 홈런을 맞아 0-2로 점수가 벌어지자 패전이 더욱 다가와 아쉬웠고, 9회초 무려 7점이 터져나오자 승리의 기회가 날아간듯해 더욱 아쉬웠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트레이시 감독이 인터뷰를 하면서 "박찬호의 허리가 약간 뻣뻣해져 교체했다"고 해서 수긍이 갔다. 그러나 곧이어 박찬호 본인과의 인터뷰에서는 "계속 던질 수 있었다"고 말해 뭔가 석연치가 않았다. 물론 8회초 공격에서 선두 벨트레가 사구로 진루하고, 기회가 이어졌더라면 당연히 박찬호의 타석에서 대타가 나올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타 로두카의 병살로 8번 타자에서 공격은 끝났고, 박찬호의 당시까지 투구수는 91개였다. 7회까지 단 3안타에 그중 2개는 내야 안타였다. 1점차의 승부에서 투수에게 신체적으로 문제가 없는 한, 그것도 에이스 역할을 꾸준히 해준 박찬호에게 경기를 맡길 상황이었다.
박찬호는 초반부터 공격적이었다. 타자들에게 밀리기 시작하면 아무리 뛰어난 투수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쿠어스필드. 박찬호는 1회말 자신에게 통산 17타수 10안타로 강세를 보여온 발빠른 로키스 1번타자 후안 피에르를 강속구 2개만에 2루 땅볼로 잡아내며 기선을 잡아갔다. 3번 래리 워커에게 연속 3개의 볼을 던지고도 다시 연속 3개의 스트라이크로 삼진을 잡았는데, 1회에 던진 공 10개중 9,10구만이 절묘하게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든 커브였다. 워커는 두개 다 서서 쳐다보며 삼진을 당했다. 직구로 기선을 잡은 뒤 변화구로 허를 찌르는 패턴은 계속 로키스 타자들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다저스로서는 아주 중요한 일전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7이닝을 1실점으로 막은 박찬호가 일등공신이었다. 그러나 박찬호가 1승을 보탤 기회를 잃은 것만은 분명하다.
[스포츠조선 덴버= hk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