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예비역 중장에서 대학강사로 변신한 서경석 장군이 5일 모교인 고려대에서 ‘지도자론 ’에 대해 강의하고있다.<br><a href=mailto:younghan@chosun.com>/허영한기자 <

"내가 월남전에서 중대장할 땐데, 한 병사가 박격포탄에 맞은 거야, 아
근데 이놈이…."

5일 오후 서울 고려대 안암캠퍼스 대강당. 350여명의 학생들이 이 대학을
졸업한 지 35년 만에 대학 강사로 돌아온 예비역 육군 중장 출신인
서경석(59) 장군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지난 68~70년 맹호부대 중대장으로 베트남의 밀림을 누빌 때부터 육군
중장으로 전역하기까지 30여년간의 군 생활경험을 바탕으로 한 서
장군의 '지도자론' 강의에 학생들은 푹 빠져 있었다. 서 장군은 이날
첫 수업에서 "지도자가 되려면 먼저 남을 인정하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지도자는 우선 남을 인정하고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65년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군에 들어간 서 장군이 모교에서 대학
강사를 맡게 된 것은 지난해 이 학교 서창 캠퍼스에서 '전쟁과 국가'
과목을 맡으면서부터이다. 고려대 학군단 1년 선배인 김정배 총장의
간곡한 부탁에 "박사 학위도 없는 내가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겠느냐"며
망설였지만, "후배들에게 지식보다는 30여년이 넘는 군인 생활을 통해
터득한 '살아가는 지혜'를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강사직을
수락했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스스로 '돌아온 장고'라고 자신을 소개한 서 장군이지만
이날 본교인 안암 캠퍼스에서의 첫 강의를 앞두고는 우황청심환까지
먹었다고 고백했다. 부인(51)과 딸(26)을 앞에 두고 수십 번 강의연습을
하면서, "저속한 말은 삼가고, 고리타분한 얘기는 빼라"는 혹독한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만약 내 강의가 인기를 끈다면 딸과
마누라의 잔소리 덕분일 것"이라며 웃었다.

서 장군은 고려대 학군단장, 5공수 특전여단장, 6군단장을 거쳐 3군
사령부 부사령관을 끝으로 지난 99년 전역했다. 그는 "(시간당 2만원의)
강의료는 소주 값도 안 되는 돈"이라면서도 "모교 후배들이 내 강의를
들어준다는 것만으로 행복에 겨워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