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남부혈액원이 ‘매독 혈액’을 환자 수혈용으로 제공한 사실< 본지 5일자 31면참조 >이 드러남에 따라 국내 혈액관리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적십자사는 사고 사실을 피해자인 환자에게조차 알리지 않은데다, 감독관청인 복지부에도 보고하지 않아 은폐 의혹까지 일고 있다.

◆ 추가 사고 가능성 =적십자사는 5일 ‘매독 혈액’이 수혈용으로 공급된 이유를 서울 남부혈액원 전산망의 일시적 장애 탓이라고 주장했다. 또 “부적합 판정이 난 혈액이 수혈용으로 공급됐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작년 이후 한 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전산망 프로그램이 가동된 것은 99년 6월부터다. 따라서 그 이후에 대한 전면 재조사가 필요하다. 또 전국 16개 혈액원 중 7개 혈액원이 모두 같은 전산망 프로그램 체계를 사용하고 있어 유사 사고가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부실한 혈액 관리 =작년 5월 영남대 의료원에서 한 살짜리 남자아이가 심장병 수술을 받은 뒤 말라리아에 감염됐다. 말라리아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헌혈 위험 지역’인 경기·강원 지역 군인에게서 헌혈받은 피를 수혈했기 때문이었다. 이 지역에서는 가급적 채혈하지 않거나, 채혈하더라도 문진을 거쳐 특별관리토록 돼 있는 내부지침을 어긴 것이다.

적십자사의 인력과 장비 부족도 심각하다. 혈액을 감시·감독할 상근 의사가 전국 16개 혈액원에 12명에 불과하다. 또 수혈용 혈액을 병원으로 운반할 때 사용되는 운반상자도 상온에서 4시간을 넘을 수 없도록 규정돼 있으나 교통 사정으로 초과하기 일쑤여서 세균오염이나 변질로 인한 수혈사고가 우려된다.

보건사회연구원 한영자 박사는 “1개 혈액원에 3명 정도의 의사가 필요하다”며 “현재 상태로는 간염이나 에이즈, 매독, 말라리아 등에 대한 검사가 부실할 수밖에 없어 언제든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피해자에게 은폐 의혹 =의료계에선 수혈 사고 사실을 환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적십자사가 사고 발생을 안 것은 수혈이 있은 지 나흘 뒤인 지난 7월 18일이었으나, 이 사실을 해당병원에 알린 것은 20여일 지난 8월 8일이었다. 또 병원측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고 자체를 환자들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의료법전문인 최재천 변호사는 “적십자사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병원의 경우 감염되지 않아 법률적 책임은 없지만 윤리적 책임은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