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벌이요?…서로 `룰' 안지키면 못해요" ##
일요일 저녁 8시쯤 서울 장충동 한 이태리 레스토랑. 테이블에 둘러 앉아
첫인사를 나누었지만 조우성·신명, 김정훈·이선주, 황태웅·정주희
부부는 오랜 동창처럼 죽이 맞았다. 2001년 한국의 30대 맞벌이 부부들은
어떻게 사는가. 돈 씀씀이부터 섹스까지, '부부들의 저녁식사'에서
추출한 26가지 맞벌이 키워드를 알파벳으로 정리했다.
ABC(원칙)=이들 부부에겐 몇 가지 원칙이 적용됐다. "20~30대로
맞벌이일 것, 독립해 살고 있을 것, 가족·일·돈에 나름의 철학이 있을
것." 그런 부부 세 쌍을 한 날 한 곳에 초대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물론 가족·일·돈에 얽힌 이유 때문이었다.
Baby(아이)="아이 봐주며 함께 사는 아주머니가 계세요. 2주에 한번
집에 가시죠. 한달 100만원 드려요."(김·이) "요즘 '연변
아줌마'들이 인기래요. 그런데 아이가 사투리 배울까봐 부모들이
꺼린대요. 놀이방 보낸 적도 있는데 둘 다 야근일 때
곤란해요."(황·정) "내년에 아이를 낳으면 친정 엄마께 맡기고
아주머니를 보내드릴까 해요."(신명)
Car(자동차)=6명 모두 차가 있다. 매일 아침 각자 자기 차로 출근한다.
Double income(맞벌이)="남자랑 똑같이 등록금 내고 대학 다녔는데 나도
사회에서 뭔가 해야지 싶었어요."(이선주) 다들 "결혼하면 일
그만둔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Education(학력)=남편들은 모두 석사. 조씨는 미국서 MBA를 했고, 김씨는
현재 서울시립대 박사과정에 있다. 미국서 고등학교, 대학을 나온
정주희씨를 포함, 아내들은 대졸.
Friend(친구)="대학 졸업하고 2~3년까지는 친구들과 공통화제가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친구들이 '직장여성'과 '전업주부' 그룹을
나누데요."(이선주) "직장 다니는 친구들을 만나면 직급, 연봉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져요. 남자들과 똑같죠."(신명)
Give up(포기)="완벽한 며느리, 완벽한 아내, 완벽한 엄마…. 다
포기했죠."(이선주) "아이도 엄마가 챙겨주는 걸
포기하데요."(정주희) "아내의 '풀 서비스'도 이미
포기했죠."(조우성)
Home(가사노동)="서로 타협을 봤지요. 와이셔츠 다릴 때 주름 좀 진
것쯤 대충 넘어가자고요."(신명) "남편이 많이 도와줘요. 그래도 출장
다녀오자마자 남편 셔츠 5장을 다리다 보니 화 나데요."(정주희)
In-law(시댁)="시부모님이 '왠종일 엄마와 떨어진 애가 불쌍하다'고
하시면 신경 쓰이죠."(정주희) "그럴 때면 '한푼이라도 같이
벌어야지요, 둘째 낳으면 그만둘게요' 하면서 넘어갑니다."(이선주)
그러나 "당장 일 그만두라"는 시부모는 없다.
Jackpot(횡재)=1000만원짜리 잭팟이 터지면? "둘이 에게해
크루즈!"(황·정) "방 하나를 홈 시어터로 꾸민다. 우린
영화광!"(조·신) "반으론 차 엔진 교체, 반으론 여행!"(김·이)
"저축하겠다"는 부부는 없었다.
Korean men(한국남자)="집에 왔는데 살림이 엉망이면 슬며시 화가
나더라구요. 한국남자 왜 그런 거 있잖아요."(조우성) "육아는 여자
몫이라고 배우고 큰 세대잖아요. 밤에 아이가 울 때 남편은 한번도 깬 적
없어요."(이선주)
Limit(한계)="아내·엄마·며느리·직장인의 1인 4역 다 100점은
무리죠. 지금은 70점 정도?"(이선주) 그러나 다들 "아이가 크면 일하는
엄마를 자랑스러워 한다"며 "그걸 믿고 견딘다"고 했다.
Money(돈)="통장과 카드는 각자!" 그러나 "인터넷 뱅킹으로 서로 거래
내역에 훤합니다. 용돈은 제가 월 70만원, 아내가 40만원입니다. 제가 술
살 일 더 많고 또 연봉도 많고요."(조우성) 부부들의 용돈은 월 50만원
안팎. 직장 소득에 서로 훤해 '비자금 조성'은 불가능하다.
Name(이름)="아내가 '○○엄마'보다 '정주희 과장'으로 불리는 게
좋습니다. 모 학습지 회사에서 사람 뽑는데 주부들이 엄청나게 몰렸대요.
자기 명함을 갖고 싶은 욕구 아닐까요?"(황태웅)
OK(양해)="서로의 삶을 잘 이해해주는 것이 맞벌이 장점입니다. 아내가
1년 중 6~7주를 해외 출장으로 보내도 상관없어요."(황태웅) "얼굴
보고 식사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서로 늦은 퇴근을 이해하지요."(신명)
술 마시고 새벽 귀가, 업무상 이성(이성) 만나는 일에 대해서도 다들
'OK'다.
Partner(파트너)="아내라기보다 파트너지요. 서로 직장 얘기도 자주
해요."(김정훈) "남편 일하는 모습에 자극 받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여자가 남자보다 더 노력해야 하잖아요."(신명)
Question(궁금한 것)="남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궁금해요.
재테크도 알고 싶고요. 부동산, 주식 투자도 관심이지요." 아내들은
특히 "여자가 나이 50 넘도록 직장에서 당당히 버틸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하다"고 했다.
Role(역할)="아이 잘 키우기 위해 제가 회사 그만둘 수도 있어요. 그런
게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 오면요."(황태웅)
Sex(섹스)="서로 바쁘다 보니 성 생활이 더 중요해져요. 책도 보면서
'노력'을 많이 합니다."(김·이) "아무래도 평소엔 피곤해서 쉽지
않아요. 단 둘이 여행을 가는 게 제일 좋죠."(조·신)
Tears(눈물)="아이가 처음 배운 문장이 '엄마 오늘 회사 안
가?'였어요. 정말 속상하죠."(이선주) "아침에 아이가 현관에서
'엄마, 안녕'하고 손을 흔들어요. 그럼 눈물이 핑 돌아요."(정주희)
Upgrade(실력)=아내들은 유학을 꿈 꾼다. "당장이라도 더 공부하고
싶어요."(정주희) "남편은 외국서 공부하라지만 시댁
눈치가…."(신명) "똑같이 일하면서 남편만 박사과정하는 게
불공평해요."(이선주)
Vacation(휴가)=이들 부부에게 휴가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 조·신
부부는 지난 봄 미국 서부를 다녀왔다. 황·정 부부는 지난 여름 괌에
들러왔고, 김·이 부부는 경주와 설악산을 즐겼다.
Weekend(주말)="주말만큼은 애를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주말이라고
쉬지 못해요." (이선주) 시댁 방문도 아내들에게는 주말 의무다. "우리
부부는 주말에 일하기도 하고 따로따로 여행 가기도 해요."(신명)
X(알수 없는 미래)=20년 후의 모습? "일 하고 있겠죠. '끝까지' 남고
싶어요. 책도 한 권 쓰고."(이선주) "쉰 살까지 열심히 일하고 나서
취미 생활 하고 싶습니다."(조우성) "서로 원할 때까지 일하겠죠.
아내가 집에서 나만 바라보고 있진 않을 겁니다."(황태웅)
Yes(긍정적 사고)="지금 우리는 과도기예요. 10-20년 후엔 더 이상 '왜
맞벌이 하냐'는 질문은 없을 거라고 봐요."(이선주)
Zero(0시)=이 특별한 저녁 식사는 자정이 가까워 끝났다. 이들에겐
낯설지 않은 시각이다. 손뼉 치며 웃기도 하고, 함께 분개도 했던 이들은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몇 시간 후면 월요일 아침, 다시 출근이다.
◇김정훈(36·현대건설 대리)·이선주(31·로레알 차장)
결혼:97년 11월
자녀:딸 소은(2년 6개월)
집:잠실 아파트(34평·전세·결혼후 3번 이사)
연수입:8000만원
◇조우성(35·소프트뱅크벤처스 이사)·신명(33·홍보 컨설턴트)
결혼:96년 11월
자녀:없음(2002년 4월 예정)
집:동부이촌동 아파트(33평·전세·결혼후 3번 이사)
연수입:1억원 이상
◇황태웅(33·오리콤 차장)·정주희(33·두산오토 과장)
결혼:97년 4월
자녀:딸 윤서(2년 2개월)
집:서초동 아파트(35평·자가)
연수입:90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