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일본은 H-2A 신형 우주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일본
국민들은 우주 로켓이 굉음과 함께 오렌지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로
치솟는 광경을 생중계로 보면서 환호하였다.
일본의 성공은 어느 날 갑자기 얻어진 것이 결코 아니다. 그들은
1950년대 중반부터 과학 로켓을 수백개 발사하면서 기술을 축적해왔고
70년 2월에는 세계에서 4번째로 자국 우주 로켓에 인공위성을 실어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그 때부터 일본은 총리실 직속으로 우주개발사업단(NASDA)을 설치해
본격적인 우주개발에 착수하였다. 물론 당시는 미국이 일본의 독자적인
로켓 기술 개발을 철저히 견제하던 때였다. 그러나 일본은
'혼네'(본심)를 드러내지 않은 채 미국의 로켓 기술을 들여다
N-1, N-2, H-1 로켓을 만들면서 묵묵히 자체 기술을 축적했고 모두
24기의 인공위성을 실패 없이 쏴올리는데 성공했다.
일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외국의 인공위성도 마음대로 발사
서비스 할 수 있는 우주 로켓 개발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1995년부터
6년 동안 2조8000억원을 투자하여 야심적으로 만든 것이 H-2 우주
로켓이었다. 일본은 2번의 발사 실패라는 좌절과 지나치게 높은
제작비용이라는 기술의 벽을 느끼면서도 결국 이번에 H-2A 발사를
성공시켜 미국, 러시아, 프랑스 다음으로 세계 최첨단 국산 우주 로켓을
보유한 나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무엇이 일본에 이런 영광을 가져다 준 것일까. 그 비결의 밑바탕에는
단단한 기초과학적 토대와 폭넓은 연구인력, 그리고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전에 이미 전투기와 항공모함을 만들었던 나라다.
수학, 물리학, 기계공학 등 기초과학 분야의 전문인력과 연구수준은 어느
서구 선진국에도 뒤지지 않았다.
전후에 일본이 세계 최고의 공업국가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기초과학과 기술력 때문이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도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작년 12월 '국가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2005년까지 100kg급의 과학 위성을 우리의 우주센터에서 발사하고
2015년까지는 1.5t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쏴올린다는 내용이다. 또
2002년 중에 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국내 최초의 액체과학로켓의 실험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예산지원이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2005년에 위성을 자력발사하려면 앞으로 4년 동안 약 35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 책정된 로켓개발 예산은
10분의 1인 36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로켓기술에 필요한 전문
연구인력도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 인구인력은 예산이 책정된다고
당장 늘릴 수있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기초과학 연구인력을
육성하는 노력과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뛰어난 손재주와 과학적인 재능을 갖춘 우수한
민족이다. 세종대왕 때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켓인 길이 5.5m의
대신기전을 개발하였으며 이때 이미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리'라는 계측단위를 사용했었다.
우주개발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관문이나 마찬가지다. 과거
어느 산업보다도 기술 파급효과가 크고 특히 차세대 첨단기술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2005년 온 국민이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우주 로켓을 보면서 자축의 환호성을 지르려면 지금 우리
정부와 국민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새겨보아야 한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