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세계지도를 그렇게도 그릴 수 있네!" 미국의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에게 한국에서 쓰는, 태평양이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세계지도를 보여주면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미국에서
쓰여지는 세계지도를 보면 대서양이 한가운데 위치해 있고 한국과 일본은
동쪽 끝 한 귀퉁이에, 그야말로 '극동'에 위치해 있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그려진 세계지도들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나는 항상
'세계화 교육' 강좌의 첫 수업을 시작한다. 세계를 이해하는 첫걸음은
바로 다른 나라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사회 현상과 사물을 보는 것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세계를 보는 다른
관점들을 내 수업의 학생들 즉 미국 교사들에게 가르침으로써 그들의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은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백인 우월주의적인
사고방식이 조금이라도 바뀌기를 나는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미국
교사들의 세계관은 자라나는 미국 아이들의 다른 나라들을 보는 관점에
곧바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에, 사실 나는 내가 하는 수업들
중에서 이 '세계화 교육' 강좌에 공을 가장 많이 들이고 있다.

"뉴튼이 연금술에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고요?" 내가
가르치는 미국 교사들에게 서양 문명사에서 가장 '합리적'인 인물들
중의 한 사람으로 그들이 알고 있는 뉴튼이 '비과학적인' 연금술에
얼마나 많은 정력과 시간을 들였는지를 설명해주면 그들은 놀라면서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이런 반응을 보인다. 미국인들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라는 단어는 심지어 오늘날에도 백인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 인류 문명의 근원이 된 근대 과학기술의 발전이
서양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또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서양에 속해
있기에, 심지어는 미국의 지식인들 중에서도 지적으로도 백인이 다른
인종들을 능가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미국인들의
다른 인종에 대한 이런 편견은 그들이 세계에 대해 무식한 탓이기도
하다. 초·중등 교육 기간을 거치면서도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들에 대해 배운 게 없다. 배웠다 하더라도 유럽의 역사 정도가
고작이고 동양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 동양에 대한 이런 무지와
편견이 그들의 백인 우월주의적인 생각을 낳게 되고, 외교적으론
상대국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갈등과 잘못된 외교정책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세계에 대한 이런 무지함을 깨우쳐주기 위해
세계사에 관한 이런 저런 얘길 하다보면 나는 종종 내 수업이 교육학
수업인지 역사 수업인지 판가름이 안될 때가 있다. 한국에 대해서도 많은
미국인들은 무지하다. 이들을 깨우쳐줄 수 있게 영어로 씌어진 한국에
관한 자료들이 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심미혜ㆍ미 인디애나대 사회교육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