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한비야씨.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푸른숲

이번 여름 한 달을 중국에서 보냈다. 직접 본 중국은 뭐랄까, 장대하고
웅장하고 심원한, 기품과 두려움으로 나를 사로잡는 땅이었다. 그리고,
귀국해서 처음 읽은 책이 공교롭게도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이었다.
하여 나는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며칠간 중국이라는 나라와 만난
셈이다.

한비야가 들려주는 중국 이야기는 한마디로 차지고 쫀득쫀득하며
맛깔스럽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중국어를 배우겠다고 베이징까지
날아든 한비야에게 중국이 보낸 첫 인사는 내가 봐도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었다. 예약해놓은 하숙집에서 쫓겨나고 학교 등록 날짜마저 놓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석 달 후 윈난성 여행에서
통역을 맡고, 길거리 인민재판에서 일방적으로 자신을 성토하던 군중들을
설득하고, 한국전에도 참여했다는 중국인 노부부와 마주앉아 엄혹했던
문화혁명을 듣고, 청화대학교 학생들과 마주앉아 중국 엘리트들의 숨겨진
꿈과 야망을 엿보기까지…. 하루 10시간이 넘게 중국어 공부에
매달리면서도 한비야의 눈은 쉴 틈 없이 중국의 뒷골목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땀 냄새 나는 삶 속으로 파고든다.

지금 중국을 상대로 불고 있는 일련의 경제적 손익 계산에 분주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어쩌면 유용한 정보서가 못 될지도 모른다. 그저
특유의 짱짱하고, 쾌활하고, 밝은 눈길로 자신이 보고 들은 사실들만을
들려주는데, 묘한 것은 '날 것' 그대로인 한비야의 글이 내게는 기왕에
읽은 어떤 중국 관련 책보다도 선명하게 '중국의 빛과 그림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독서가 내게 준 가장 큰 기쁨은 한비야라는 매력적인 인간을
발견하는 가외의 소득에 있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전에 쓴 몇 권의
여행기를 읽으며 나는 그녀에게 '살짝' 반해 있던 터였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무려 7년 동안이나 세계 오지를 누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멋지지 않은가. 그런 그이가 이제 생사를 넘나드는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 모양이다. 중국어를 배운 것도 그 긴급구호인가
뭔가에 필요해서라는데, 그이가 내 누이동생이라면 어땠을까? 하지만
누이 아니라 딸이라 한들 생에 대한 열정과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그이를 말릴 도리가 있을까?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하는 나는 이제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 말고
우리와 함께 숨쉬고 웃는 사람 중에서 '바로 이런 사람을 닮으라'고 내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한 인물을 갖게 됐다. 한비야라는 여자, 나중에
뭐가 되려고 이러는지. 40이 넘은 사람을 두고 지나온 날보다 그가
걸어갈 앞날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 김용택·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