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현행 '영화등급 보류 '를 '사전검열 '에
해당된다며 위헌(違憲)결정을 내린 것은 예상했던 결과지만
국민정서나 절차상에 적지 않은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명단을 공개하는 정부가 음란과 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은 영화를 제한없이 상영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욱이 '제한 상영가
등급 '이나 '제한 상영관 '설치 등이 법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위헌결정은 심의와 유통질서 교란 등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영화는 파급효과가 크고 특히 청소년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매체를 제도적 장치없이 전면 허용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조처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사전검열을 하지 않는 대신 자율심의나 여러 규제장치를 두어
독성을 걸러낼 뿐 아니라 근친상간, 수간(獸姦)등의 음란묘사,
아동학대나 과도한 폭력물은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위헌결정이 난 이상 관련제도를 어떻게 개편하느냐가
관건이다. 문화관광부는 '등급 외(제한)상영관 '설치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반대로 보류된 상태다.
제한상영관은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파급을 억제하기 위해 설치와
운영규정을 엄격히 한다는 취지지만 결국은 포르노나 수위를
넘는 폭력영화의 제작 ·수입을 부추길 뿐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최근 등급보류 판정을 받은 영화들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아는 시민 ·종교단체들이 포르노 상영관 설치에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국식으로 민간심의기구에게 자율권을 부여하되 등급분류를
엄격히 하고 사후제재를 강화하는 방법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등급보류 판정을 받은 부류의 영화들에 등급을 부여하되
형법을 엄중히 적용하여 자연도태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청소년 보호 '가 지켜지지 않는 나라에서 법만 앞서가다 보면
득보다 실이 클 수가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