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책연구소 연구원들은 어깨가 축 처져 있다. 몇몇 연구원이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보고서를 냈다가 정부로부터 호되게 질책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제부처 산하 모 연구원 원장은 비판적인 보고서가 빌미가 돼
연임하지 못했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이런 현실에 대해 "97년 외환위기 전에 환율
얘기만 나오면 정부가 입을 틀어막았을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민감한 경제 전망치의 경우 연구원이 알아서 정부의 입맛에 맞게
주무른다는 소문까지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올 들어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국책연구소의 보고서는 거의 실종됐다.
본지가 입수 보도(29일자 1면)한 국무조정실의 인문사회연구회
회의록은 요즈음 국책연구소에서 왜 비판적인 보고서가 나오지 않는지에
대한 답을 알려주고 있다. 회의록에 적혀 있는 '국무조정실 전달사항
하달' 항목은 "(일부 연구기관에서) 언론 관계자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연구결과를 흘려 정부정책과는 상이하게 보도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자제'를 요망한다"고 되어 있다. 또 연구결과의
보도는 물론, 기고를 할 때도 관계부처 및 국무조정실과
'협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국책연구소에 대한 예산권과 인사권을 쥐고 있는 정부가 하달한
'자제'와 '협의'는 사실상의 '명령'과 다를 게 없다. 국무조정실은
또 "최근 다른 연구회 소관 연구소의 경우 경영혁신 미실행으로
예산유보 조치가 내려졌다"고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정부가 국책연구소에 배정하는 예산은 국민들의 세금이다.
국책연구소들이 정부정책을 홍보만 하는 연구결과를 생산한다면
국책연구소는 존립할 이유가 없다.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이 잘못되어
있다면 이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이 국책연구소의 임무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