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통일부 장관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다른 국무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8·15 평양 민족통일대축전' 남측 방북단에 대한 방북 승인과정에서
법무부의 '전원 방북 불허'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이번 방북 승인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방북단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과 이념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음에도 법무부의 법률적 판단이
묵살됐다는 점에서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법무부는 방북단이 방북하기
하루전인 14일 통일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방북단의 국가보안법 위반
가능성을 적시했을뿐만 아니라, "북측이 남북한 공동행사를 평양에서만
개최하자고 하는 것은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흠집을 내려는 저의가 있다는 비판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고까지 지적했다. 그럼에도 당일 방북단의 방북이 전격적으로
허용됐다.

그렇다면 누가, 어느 기관이 법무당국의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이번
방북을 최종 승인했을까. 특히 남측 방문단의 6박7일간의 방북기간중,
"범민련 남측본부, 한총련 등 이적단체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검찰의 '우려'가 실제로 현실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누가 법무부의 의견을 묵살하고 방북 승인을 최종 결정했는지
분명히 가려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평양 민족통일대축전' 행사와 관련, 14일 낮까지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통일탑) 행사 불참 여부가 분명치 않아 방북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통일탑이 북측의 통일방안을 상징하는 시설로, 이
곳에서의 행사 참가가 북측 통일방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7대 종단, 통일연대 등으로 구성된 남측
방북단 단장 김종수 신부 등 지도부는 이날 오후 임동원 통일부
장관을 면담, "통일탑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겠으니, 방북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날 오후 늦게 "통일탑 행사에 불참한다는
조건하에' 방북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

통일부는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통일부, 국정원 등 관계기관은 남측
방북단 지도부의 요청을 다시 검토해 최종적으로 방북 승인을 결정했다"
고 말해왔다. 통일부의 이같은 설명대로라면, 이들의 방북을
관계기관끼리 재검토 해보자고 제안하고 행정적으로 방북을 최종 승인한
것은 통일부이지만, 재검토 과정에서 누가 '방북 승인'을 관철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방북 승인 과정 논란은 파문이 생긴 이후 공개적으로 재연됐다. 검찰측이
지난 20일 "이번 방북단 승인 과정에서 우리는 막판까지 불허 의견을
냈으나 통일부가 이를 묵살했다"(본지 21일자 보도)고 밝히자, 통일부는
공개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관계부처 간 긴밀한 협의가 있었다"고
반박하며 "법무부측은 보안법 등의 위반으로 전력이 있는
사람(국가보안법 위반관련 53명, 집시법·남북교류협력법위반 전력 28명
등 모두 81명)은 모두 방북 불허한다는 의견을 서면으로 보내왔으나,
이후 관계부처가 전화로 최종 협의하는 과정에서 그 쪽도 방북 허용에
동의했다"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검찰측은 "방북이 결정됐다는 일방적
통보만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8·15 평양 행사에 남측 방북단 참가 결정은 법무당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에 의해 내려진 것임이
명확해졌다. 또 정부와의 약속을 어기고 방북단 일부가 '통일탑'
행사에 참석하고, 김일성 생가와 김정일 생가 등의 방명록에 이들을
찬양하는 글을 남긴 것 등 일련의 파문은 "돌출된 행동"이라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예고된 사태'였음이 재삼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