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는 우대, 기능은 천대…정부 무관심에 대회준비 부실 ##

1970~80년대 국제기능올림픽에 나가 우승한 우리 기능공들은 국민적
'우상' 대접을 받았다. 귀국 후 서울 대로변을 카퍼레이드로 누비며
시민들의 환대를 받았고 전 매스컴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대통령은
이들을 불러 저녁을 대접하고 특별격려금을 하사했다. 이 같은 관심
속에서 이들은 '공돌이'로서 천대받던 시간들을 보상받았고 한국의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총 35회 대회 동안 한국팀이 무려 12번의
종합우승(9연패)을 차지, 세계 최다우승국이 된 사실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오는 9월 6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36회
서울국제기능올림픽은 철저한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개막일이 8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국가대표들은 훈련장이 없어 '동가숙서가식'하는
실정이고 대회 준비는 부실로 치닫고 있다.

대회를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조차 대회전망보고서에서 "대회가
순조롭게 막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보고서는
"예산지원도 안돼 조직위가 요청한 284억원 중 173억원만 책정됐다"며
"월드컵 조직위 한 해 예산이 조 단위에서 오고가는 것과 너무나도
상반된 모습"이라고 '정부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다.

선수 39명 중 20명이 합숙중인 부산 기계공고가 이들의 훈련장이다. 숙식
시설도 형편없고, 오후 5시면 에어컨을 꺼버려 선수들이 '속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고 있다. 스포츠올림픽 때면 경쟁적으로
태릉선수촌에 몰리던 고관이나 유명인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고
심지어 주무 부처인 노동부 장관조차 훈련장을 찾지 않았다. 지난 5월
30일부터 합숙중인 '선반CNC' 부문 국가대표 김준덕(19)군은 "찾아온
사람은 기능공 선배들뿐"이라고 했다.

국제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들로 구성된 기능선수회의 한 관계자는 "모든
게 기능 경시풍조 때문"이라며 "선수들이 대통령을 만난 것은 2년 전
춘천기능경기대회가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귀금속 공예' 부문에서 금메달을 꿈꾸는 국가대표 박은성(21)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직장 '명장보석'에서 13시간 훈련하고 자취방을
오가는 생활을 1년 가까이 하고 있다. 그에 대한 지원은 한끼 5000원씩
계산한 월 45만원 식대가 전부다. 그나마 지난 6월부터 지급됐다.

대회를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사정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홍보
부족으로 자원봉사자가 몰리지 않아 공단 직원 가족 등을 동원해가며
겨우 119명을 선발했다. 출전선수가 35개국 2000여명인데 통역은
53명뿐이다. '말 안 통하는 대회'가 될 것은 뻔하다. 통역 1인당 40명,
자원봉사자 1인당 20여명을 맡아야 한다.

김영상 기능선수회 부회장은 "정부나 대통령은 입으로는 'IT(정보통신),
IT'를 외치는데 그렇다면 컴퓨터 부품은 누가 만들고 휴대폰 조립은
누가 하느냐"며 정부 기능 정책을 비판했다. 당초 이번 기능올림픽 대회를
통해 100억원 이상의 외화획득과 함께 국산장비의 해외수출, 관광객 유치를
통한 수입 등이 기대됐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이미 그런 기회는
사라졌고 망신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