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창 밖의 어둠 속으로
가로등 불빛이 포도알처럼 흩어져 있다
초저녁보다 훨씬 정숙해지고
무거워진 어둠을 뚫고
불빛은 두텁고 축축해져 있다
배경이 짙어질수록
스스로의 무게로 고개 숙이는
가로등 불빛을 품고 있는
사람의 동네가 가을 과수원 같다
-------------------------------------------------------
시인 조창환(1945~ )
사람의 동네라고 하면 먼저 각박한 삶의 현장이 떠오르곤 하지요.
그러나 시인은 새벽 어둠 속에 빛나는 가로등을 포도알로 보고,
그렇게 불빛이 흩어져 있는 사람의 동네를 열매가 익어가는
가을 과수원으로 상상하였습니다. 하루의 시작인 새벽을 결실의
계절인 가을에 비유한 것이 이채롭지요? 여기에는 새로 얻은 생명의
자리에서 사람의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이
담겨 있습니다. ( 이숭원ㆍ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