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의 인기가 정권출범 초기에 비해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사진은 지난 6일원폭 투하 56주년을 맞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내 희생자 위령탑에 헌화하는고이즈미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지지율은 취임 직후 한때
80~90%를 자랑했지만 최근엔 60~70%선으로 떨어지고 있다.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일본 정계와 언론은 그의 인기 하락에 주목하고 있다.

◆ 지지율 하락 현상 =인기가 하늘을 찌를 당시 고이즈미 얼굴이 나온
자민당 선거 벽보는 붙이면 바로 누군가 가져가서 선거 운동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특히 인기있던 '고이즈미 상품' 중 휴대전화에 다는
짧은 끈은 7월 중순에는 자민당 본부에서만 하루 1만4000여개가
팔려나갔다. 얼굴 사진도 '전성기'에는 하루 1000장 이상 팔렸다.
그러나 이달 들어 휴대전화 끈은 하루 1700개, 사진은 100장 이하로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졌다.

여론조사 결과도 인기 하락의 시작을 보여준다. 가장 최근의
마이니치 조사에서는 지지도가 전보다 3%p 떨어진 81%였다.
야스쿠니 참배 직전 조사된 아사히 신문 조사에서도 8%p 떨어진
69%를 기록했다. '고이즈미 열풍'이 꺾이기 시작한 것으로 일본 언론은
분석한다.

◆ 왜 주춤하나 =가장 큰 이유는 그의 '개혁'에 국민들이 의심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편행정 개혁' '도로특정재원 개혁' 등 말만
반복할 뿐 실제 보여주는 알맹이가 없다.

일본 언론의 보도 태도도 변했다. 출범 초기, TV를 중심으로 일본 언론은
일제히 '고이즈미 열풍'에 동참했다. 종일 화면에 그의 웃는 얼굴을
비추며 뭔가 일본에 큰 변화가 있을 것처럼 방송이 이어졌다. 그러나
7월부터 "이런 인기는 광적이다"는 반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야스쿠니 참배 논쟁도 악재였다. '실업률 역대 최고', '주가
최악'이라는 현상도 그의 인기에 발목을 잡는다.

◆ 이제부터가 더 문제 =인기는 아직 높은 편이지만 '진짜 악재'는
시작도 안됐다. 고이즈미가 외치는 '고통이 수반된 개혁'에서 '고통'
부분은 아직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다. 예산을 깎은 것도 없으며,
국영기업체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을 실제로 줄인 것도 없고, 기업이나
금융권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도 아니다.

자민당내 '저항세력'들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가메이 시즈카
전 정조회장은 "고이즈미 정책이 잘못됐다"고
공개적으로 언론회견을 한다. 당 총재 선거에서 졌던 최대 파벌
하시모토파도 건설·우편 관련 의원들을 내세워 고이즈미
흠집내기를 막후에서 조장한다.

탄탄한 당내 기반을 갖지 못한 고이즈미로서는 대중적 인기가 떨어지는
순간 기댈 곳이 없다. 과거 정권이 10% 지지율로도 견뎌왔지만 그는
사정이 다르다.

( 동경=권대열특파원 dykwo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