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금융계좌추적이 매년 급증하고 있고, 특히
영장없는 계좌추적이 올해 상반기 중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배 이상
폭증한 것은 조사 편의를 위해 개인의 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행 법률상 법관이 발부한 영장없이 다른 사람의 금융계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관은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직자윤리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지방자치단체 등이다.

이들 기관은 업무 성격상 일일이 영장을 발부받기
힘들다는 고려에 따라 취해진 예외적 규정에 따라 영장없이 계좌를
추적하고 있으나, 이 같은 영장없는 추적이 올해 상반기에만
13만7000여건에 이르렀다는 것은 무차별 추적이자 권한 남용이라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무차별 추적 실태는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세 체납자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계좌추적이 작년 하반기에 갑자기 상반기보다 6배 가까이 늘어난 데에서
잘 나타난다. 이는 지자체들이 앞다퉈 계좌추적 대상이 되는 체납액
기준을 낮춘 데 따른 것인데, 영장 발부 등 계좌추적 절차가 갖춰져
있다면 이 같은 대량 추적은 불가능한 일이다.

금융감독원의 '백지 금융거래정보 요구서'도 계좌추적권 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금감원은 총무국 직원이 원장 직인을 찍어준
수십장의 백지 금융거래정보 요구서를 지참, 은행에서 수표추적을
하다가 다른 혐의자가 나타나면 그 자리에서 백지 요구서에 혐의자 성명
등을 써서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는 식으로 계좌추적을 해왔다.

국세청의 '금융재산 일괄조회'도 지나치게 확대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국세청장은 조사 대상자의
직업·연령·재산상태·소득신고 상황을 검토해서 탈루 혐의만 있어도 그
부모와 자식 등 일가 친척들의 금융계좌를 일괄 조회해 왔다.

일괄
조회란 조사 대상 금융 계좌를 구체적으로 지정하지 않고, 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특정 개인에 관한 모든 금융거래 자료를 한꺼번에 요구하는
방식이다.

조세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국세청이 상속·증여세 탈루 혐의가 없는
사람까지 일괄 계좌추적을 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어 개인의 사생활이
지나치게 침해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국세청은 내부적으로 50억원 이상의 상속·증여세 탈루 혐의자에
대해서만 일괄 계좌추적권을 사용하도록 해 놓았지만, 언론사
세무조사에서 보듯 일괄 계좌추적은 조사 실무자 선에서 남용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