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러시아의 에어컨 판매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건물 곳곳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볼 수 있다. 러시아 기상관측 이래 108만에 찾아온
무더위로 러시아는 유럽내 최대 에어컨 시장으로 등극했다. 모스크바는
7월 중순 이후 섭씨 32~35도를 오가는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됐다. 예년
같으면 찬바람이 나야할 8월 하순에도 낮더위는 계속되고 있다.
기상전문가들은 9월에도 이러한 고온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도 모스크바 시내 곳곳에는 에어컨 판매를 알리는 현수막과 광고판이
걸려 있지만 에어컨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LG, 삼성 등 국내 가전업체의
재고는 바닥난지 오래이다. 모스크바 시내 에어컨 판매사들은 올해
예년에 비해 2배 이상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지난 두달 동안
모스크바에서만 8만대가 팔려나갔다.

소비 패턴도 그동안 업무용이 주를 이뤘던 것이 최근에는 절반 이상이
개인주택용으로 팔리고 있다. 7~9평 기준 설치비가 1000달러(약130만원)
수준으로 한국과 비교하면 20% 정도 비싼 편이지만 소비자들은 망설임이
없다. 에어컨은 모스크바 고급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아예 부의 상징으로 자리했다.

추위와 눈으로 대변되던 모스크바의 이미지도 건물 곳곳에 에어컨이 속속
등장하면서 점점 바뀌어가고 있다.

( 모스크바=정병선특파원 bschung@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