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대통령은 83년 5공 정권에 맞서 23일간 단식농성을 했다. 90년 10월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는 무기한 단식투쟁을 선언해 노태우 대통령과 여권을 극약처방으로 압박했다. 단식은 12일 만에 끝났는데 당시 여당인 민자당으로부터 지방자치제 문제 등 난국타개 방안을 전리품으로 얻어냈다.
이처럼 YS나 DJ는 과거 반독재투쟁 시대에 단식이라는 투쟁방식을 써왔다. 몸에 무리가 가고 생명까지 위협하는 단식투쟁은 결코 일상적인 수단은 아니다. 그런데도 10~20여일씩 단식을 한 것은 이런 초강경 수법 아니면 경색된 정국을 풀 수 없다는 상황판단에서였다. 정쟁 상대방에게 “나죽으면 너도 죽는다”식의 극단적인 압력을 가해 겁을 주고 내부적 단결도 꾀한 다목적 충격요법이었던 것이다.
95년 12월 YS에 의해 투옥된 전두환 전대통령은 64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옥중단식을 감행했다. 결국 주위의 만류로 중단은 했지만 자신을 잡아넣은 정권에 대한 무언의 항의였고 울분의 표시였다. 요즘의 언론사태도 야당으로선 그냥 넘기려 하지는 않을 소재일 것이다. 언론사 세무조사, 검찰수사, 대주주 구속에 이른 그간의 과정을 야당의 눈은 여당의 눈과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YS의 ‘입’ 역할을 해온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이 23일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그는 현정부의 언론탄압 중단과 구속된 언론사 대주주 석방을 요구했다. “현정권이 언론 대학살극을 펼치면서 민주주의 존립기반을 짓밟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데 분노한다”는 성명을 낸 그는 언론탄압을 정치권에서조차 소홀히 다루기에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비판적인 언론사 대주주 구속에 이른 최근의 언론사태에 대해 외국 유수의 언론들까지 각별한 관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언론사 세무조사 사태는 한 언론경영인 부인의 목숨을 앗아갔고 또 다른 경영인의 부친을 위독한 지경으로까지 몰아갔다. 그리고는 한 야당의원의 단식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자꾸 한(恨)을 만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