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지 않기 위해 실패를 연구한다" "모든 실패에는 이유가
있다".

이런 슬로건을 내걸고 일본의 산·관·학(産·官·學)이 1년 넘게 준비해
온 '실패 보고서'가 최근 완성됐다. 일본의 부활 전략이 담긴 보고서는
"실패는 감추는 게 아니라 활용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리면서 실패의
국가·사회적 활용법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곳은 '실패지식 활용 연구회'라는 문부과학성 산하
산·관·학합동기구이다. 잇따르는 대형실패에 위기감을 느낀 일본
정부가 작년 여름 만든 기구로 관료·기업인·학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로켓 발사 실패에서 원전 사고까지 샅샅이 뒤져 보고서를 만들어냈다.

'실패 증후군'에 시달리는 일본에선 이처럼 '실패학(學)'이라는
역발상의 전략이 대유행이다. 전기 메이커 '히타치'는 실패를
추궁하는 대신 모든 사원이 실패 경험을 6개월마다 보고토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식중독 사건으로 위기에 몰렸던 '유키지루시(雪印)유업'이 기적처럼
부활한 것은 실패의 치부를 숨기지 않고 낱낱이 까발려 원인을 치료한
덕분이었다. 실패 연구의 모든 것을 담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실패
닷컴')가 생기고, 실패학이 학문으로 자리잡았으며, '실패학의
추천'이란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또 자신의 실패 경험을 파는 '실패 전문가'들이 나타나 각광받기도
한다. 일본 정부는 동서고금의 실패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꾸미고
'실패 박물관'까지 만들 계획이다.

정치나 경제나 여기저기 널려 있는 실패의 경험을 낭비하면서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는 한국엔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도쿄=박정훈 특파원 j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