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끊고 싶은데 잘 안된다고요? 아침 일찍 종합병원 영안실에
가보세요. 틀림없이 술 때문에 변을 당한 사람이 있을 겁니다."
수사현장에서 범법자들을 직접 상대해온 경찰관이 음주 문화의
건전화를 위해 9년째 활동중인 가운데 최근에는 논문 2편을 잇달아
잡지에 게재했다. 의정부지방 검찰청 경찰관실에서 근무하는 박영일
경사(49). 박씨는 작년 11월 대학교수들과 공동연구로 '한국
알콜과학회지'에 '문제음주와 범죄행동의 연관성 연구'를 낸데 이어,
올 3월에는 독자적으로 '수사연구지'에 '알콜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
및 통계'를 발표했다.
고등학교 때 이미 혼자 9ℓ가량의 막걸리를 마실정도로 애주가였던
박씨가 술에 대해 관심을 갖게된 것은 지난 92년. 당시 의정부경찰서
즉결심판 보호실에 근무하던 박씨의 주된 업무는 경범죄로 걸려온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택시요금 안내 끌려온 사람, 길가에서 소변보다 잡혀온 사람, 술 먹고
싸우다 잡혀온 사람 등등. 그야말로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었죠."
그러던 박씨가 무심결에 수감자 목록을 뒤지던 어느 날. 박씨는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사건 개요를 쭉 읽어보는데 거의 대부분 술이 빠지지 않더군요. 사기꾼
빼고는 거의가 술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경우였습니다."
이후 그는 보호실에 비디오시설을 갖추고 알콜중독자들의 비참한 생활을
담은 비디오를 방영했다. 또 광주광역시 모병원에 있는 알콜 클리닉에
찾아가 술과 관련된 각종 자료를 얻어다 소책자를 제작하기도 했다.
'건전한 음주문화를 위하여 과음을 삼갑시다'라는 제목의 이 책자를
박씨는 최근까지 사비를 들여 3차례나 발행, 시청·동사무소·경찰서 등
공공기관에 비치했다. 박씨 자신도 25년 넘게 마셔온 술을 끊은 것은
물론이다.
이런 박씨가 구체적으로 논문을 준비한 것은 지난 98년 의정부지청에
파견 근무를 나가면서부터.
"검찰청에 근무하다보니 여러 경찰서에서 수감되는 사람들을 접하게
되더군요. 그 때부터 술과 범죄에 관한 통계화를 시작, 이번에 논문으로
발표하게 됐습니다."
논문에서 박씨는 2000년 1년간 의정부지청에 구속된 전체 구속자의 41%가
음주와 관련이 있고, 강력범일수록 음주와 관련이 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작년부터는 아예 이화여대 사이버 대학원에서 '알콜 중독자 상담가'
과정을 시작한 박씨는 알콜·마약 등 각종 약물에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년간 부동의 1인당 알콜 소비량 1위를 지켜온 나라가 한국입니다.
하루 빨리 알콜 연구를 전문으로하는 국립연구소를 세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