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문화읽기
최혜실 지음
소명출판, 1만4000원.
문학평론가 최혜실(39ㆍ한국과학기술원) 교수가 평론집 '디지털 시대의
문화 읽기'를 냈다.
'리얼리즘'이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하기 힘들었던 80년대의
문단지형에서 '모더니즘'에 관한 박사학위논문으로 자신의 독특한
정체성을 드러냈던 이 평론가는 이번 책에서도 주류 비평과는 한 발짝
떨어져서 새로운 영토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소설과 시등 순문학에
대한 현장비평 보다는 디지털 시대의 하이퍼텍스트 문학, SFㆍ추리
소설의 한국적 특징, 무협 소설의 미학 등 새로운 문학환경에 시선을
주고 있는 것이다.
최 교수는 문학이 폐쇄된 자기 영역에 안주하여 새로운 문학 환경을
비판만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면서 자본주의를, 세계화를,
상품화를, 영상의 폭격을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용해 보자고
제안한다. 가령 광고가 가지는 문학적 상상력이나 무협소설이 제공하는
'위안'과 '놀이'로서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예술작품이 상품의 논리와 완전히
같은 수는 없겠지만, 자기 출판사 출신의 비평가가 그 곳에서 낸 작품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는 식의 상업 행위를 무조건 권력으로 매도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요컨대 작금의 한국 문단은 명백히 대량 생산의 유통망
안에 들어와 버린 문학작품의 '유통'윤리를 확립하지 못하고 문단권력
등 소극적인 논쟁만을 되풀이하면서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가
제안하는 주장의 엄밀성이나 현실정합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이 시대의 문화공간에서 한 번쯤 음미해 볼 대목이 적지 않다.
( 어수웅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