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한국의 10대들은 이소룡의 무술영화에 매료됐다. 특유의
얼차려 소리를 흉내내며 쌍절봉을 돌려댔다. 홍콩영화 바람은 성룡
주연의 '취권'이 빅히트하면서 절정을 이뤄 80년대 후반 주윤발·
장국영의 '영웅본색'까지 계속됐다. 90년대 초까지 한반도를
달궜던 중류(中流)가 최근 2~3년전부터 역류하고 있다. 이름하여
한류(韓流)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중국 본토와 대만·베트남 등 동남아 일대를
휩쓸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댄스음악과 드라마로 불붙은 한류는
지금 패션과 음식까지 유행이다. 최근에는 열성팬들이 한국으로
몰려올 정도다. 주초에 대만 청소년 100여명이 대전을 찾았고
17일에는 500여명의 중국 열성팬들이 한국 연예인들을 보기 위해
서울에 온다. 한류가 관광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클론이 대만에서 인기를 모은 이후 H.O.T. 등 인기 댄스그룹들이
중국 10대들을 열광시키며 한류바람을 일으켰다. 드라마 수출도
한몫해 베트남에선 탤런트 장동건, 중국에선 안재욱·차인표·김희선
등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8월 초 양평에서 열린 안재욱 여름캠프에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청소년들까지 참가했을 정도다. 김희선은
중국 굴지의 통신회사 모델로 뽑혀 인기도를 실감케 했다.

중국에서 한국 대중문화 바람이 거센 것은 정서가 통하기도 하지만
우리 연예인들의 개성이 톡톡 튀고 발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홍콩영화에 싫증을 냈듯이 이러한 대중적 인기는 언제 식을지
모른다. 최근 시장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는 10억 인구의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 대중문화를 따라 잡을 수도 있다. 때문에 지금
한껏 불고 있는 한류를 고부가가치를 지닌 문화산업으로 전환시켜야
할 때이다.

고대로부터 문화를 수입하던 중국에 우리 대중문화를 역류시키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이러한 호재를 시장으로 연계시키는
것이 당면과제인데 지금은 기획사들의 공신력도 약하고 구조적으로도
허점 투성이이다. 최근 민주당이 '한류문화 정책단'을 구성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국가적인 종합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핀잔만
받던 우리 대중문화가 동남아에 수출되는 '효자상품'이 됐다니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