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일간 뉴욕타임스에는 '한국'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가 총
70건, 워싱턴포스트에는 59건이 실렸다. 그러나 박세리가 브리티시
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했다는 보도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우울한
얘기들뿐이다. 그중에서도 워싱턴포스트 14일자 '수렁에 빠진
남북관계' 등 몇몇 분석기사의 행간을 읽어보면 한국의 정정(政情)
불안을 우려하는 시각이 팽배하다.

15일 밤 사석에서 만난 한반도 전문가 한 사람은 "미 행정부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말수가 적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햇볕정책 지지'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를 기회 있을 때마다 되뇌고 있지만, 동맹국
정부에 대한 예우 차원일 뿐 속으로는 한국의 국내상황에 대해 우려섞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였다. 특히 남북대화 침체의
책임을 부시 행정부 탓으로 돌리려는 듯한 한국 정부의 태도를 미
행정부는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또 얼마전 미 의회에서 한반도를 담당하는 의원 보좌관들이 모여
황장엽씨 초청 문제와 언론사태 문제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는,
자신들이 한국의 정쟁에 휩싸일 가능성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고
전해진다. 구심력 없이 원심력만 작용하면서, 극도의 분열현상을 빚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보다못해 한국의 각계 원로급 인사들이 잇달아
나서고 있는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여야 정권교체, 민주화의 산 증인, 노벨상 수상자라는 상표를 가진
DJ정권은 그동안 미 조야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지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같은 'DJ특수'는 이제 한물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미국 망명 시절 민주화와 언론자유를 외쳤던 김 대통령을 기억하는
미국인들은 그가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는 게 아닐까.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