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의 9일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자금의
제한적 지원 결정은 미국 정계와 종교계, 의학계의 논란을 수습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 부시가 택한 정치적 결정

그는 이 연구에 대한 전면적 지원과 극단적 부정 사이에서 산술적 균형과
타협을 취했다고 볼 수 있다. 인간배아를 추가적으로 만들거나 파괴하는
과정이 수반되는 연구에 대한 지원은 배제함으로써 인간배아를 생명체로
간주하는 보수주의자들에게 변명거리를 만드는 동시에, 제한적으로나마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표방함으로써 의학계와 민주당을
껴안으려 했다.

부시는 TV연설에서 자신의 결정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결과임을 누누히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각계의 반응은 대체로 어느쪽의 격노도 촉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어느쪽도 만족시키지는 못한 쪽으로 모아진다.
언론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다소 진보적인 뉴욕 타임스는 10일 '이번
결정이 부시 대통령의 이미지를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제하의
분석기사를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10일 이번 결정을 부시 대통령이
취임초의 강경 보수주의에서 중도노선으로 옮겨가는 징표로 분석하기도
했다.

공화당 하원 원내부총무인 톰 덜레이(Delay)는 "이같은 초기 연구는
궁극적으로 살아있는 인간배아를 파괴할 수밖에 없는 광범위한 연구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반면, 리처드
게파트(Gephardt)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등 민주당 지도부는 제한적
지원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긴 했지만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직공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 줄기세포 연구

부시 대통령은 현재 연구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60여개의 ‘줄기세포 주’(간세포주·stem cell line)에 한해서만 연방기금 지원을 허용했다. 줄기세포는 ‘아직 운명이 결정되지 않은 세포’로서 뇌·뼈·심장·근육 등으로 전환될 수 있다.

줄기세포는 분화단계에 따라 몇 갈래로 나뉘는데 과학자들의 관심은 그 중에서도 배아 줄기세포에 모아져 있다. 이번에 연방기금 혜택을 누리는 것도 바로 배아 줄기세포이며, 각 기관이 독자적으로 뽑아낸 줄기세포에 일종의 ‘특허’ 개념이 붙어 ‘줄기세포 주’라는 이름이 붙었다. 배양기술만 뒷받침되면 이 줄기세포를 재료로 대체조직 및 장기(장기)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자들은 당뇨병·심장질환·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등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배아 줄기세포 연구만큼 가능성이 큰 방법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7월에만도 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해 심장세포를 만든다거나 인슐린 생산에 성공하는 등 연구성과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불임치료소 등에 냉동 보관돼 있는 10만여 배아들에 대한 연구비 지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결정으로 생명공학 기업들로서는 막대한 연구비를 조달할 수밖에 없게 돼 연구 진척도 늦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