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최고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지난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을 돌며 친선경기를 벌였다. 전지훈련 성격의 원정이었지만 세계 최고의 부자클럽인 맨체스터가 왜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동남아를 찾았을까. 훈련조건으로 따진다면 훨씬 나은 곳이 도처에 깔려있는데도 말이다. 거기다 동남아 축구는 잉글랜드 중학생 수준만도 못한 게 사실. 그럼에도 맨체스터가 데이비드 베컴, 후안 베론 등 수천만달러짜리 선수들을 찜통으로 내몬 이유는 뭘까.
맨체스터는 지난 4월 상반기(2000년 8월1일∼2001년 1월31일) 재무제표를 발표했다. 영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맨체스터는 매년 두차례씩 실적을 공개하는데 그들이 발표한 총매출액은 7200만파운드(약 136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늘어난 수치였다. 세전(稅前)순이익도 1734만파운드로 무려 42.3%나 성장하는 호황을 누렸다.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돈줄은 관중입장료(2837만파운드)였다. 지난해 전용구장인 올드 트래포드 구장을 보수, 6만7700석으로 수용능력을 늘린 덕택에 입장료 매출액이 32%나 신장됐다. 또 18년간 이어진 '샤프'와의 인연을 끊고 지난해 영국의 이동통신회사 '보다폰'과 4년 동안 3000만파운드에 스폰서 계약을 체결해 스폰서 수입도 1509만파운드로 25% 이상 늘어났다. 여기에 귀빈석 판매와 매점운영 수입도 447만파운드로 1년전보다 15%나 매출액이 불었다.
이같은 성장세에도 매출이 감소한 부실 사업부문이 있었다. TV 중계권과 용품판매였다. TV 중계권료는 1509만파운드로 전년보다 50만파운드 정도 소폭 줄었지만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지난시즌으로 중계권 계약이 만료돼 01∼02시즌에 앞서 벌일 협상에서 대폭 오른 액수를 받아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골칫거리는 1302만파운드로 10%가 넘게 매출이 찌그러진 용품판매. 유니폼이 주류를 이루는 용품판매는 이미 대다수 팬들이 맨체스터 유니폼을 갖고 있어 새로운 시장개척이 쉽지 않았다. 매년 유니폼을 바꾸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구단의 전통과 경제-사회적으로 파급될 여파를 감안해 백지화시켰다. 결국 맨체스터가 찾아낸 활로는 해외시장 진출이었다. 특히 30억 인구의 아시아시장은 그들의 눈엔 노다지로 보였다. 맨체스터의 올여름 원정은 용품판매와 함께 잉글랜드 축구의 진수를 맛보인 뒤 다음시즌부터 동남아의 안방에 그들의 경기를 중계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었다.
맨체스터는 오는 2003년엔 미국으로 원정을 떠날 계획이다. 여전히 축구 시장의 마지막 불모지로 통하는 미국 진출을 위해 지난 2월엔 뉴욕 양키스(MLB) 뉴저지 데블스(NHL) 뉴저지 네츠(NBA)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상태. 또 지난해 반세기가 넘게 유니폼을 공급해왔던 엄브로와의 거래를 끊고 나이키와 계약을 체결한 것도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스포츠조선 류성옥 기자 watchd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