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미국보다 개방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가운데서도 규범이 가장 너그러운 곳이 바로 네덜란드다.
네덜란드의 국민성은 진보와 개방인데 이는 지정학적인 이유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유럽 북서부에 위치한 네덜란드는 프랑스, 독일, 영국의 3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고 국토의 25%가 해수면보다 낮다.
전통적으로 국토난과 자원난을 겪어온 네덜란드가 1인당 국민소득 2만5000달러를 웃도는 선진국으로 성장한 비결은 균형잡힌 외교와 식민지 경영에 있다. 주변 국가의 비위를 맞추면서 실리를 챙겨야 했고, 새로운 나라를 발굴해 활발한 무역을 전개해야 했다. 생존을 위해선 '개방'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그런 네덜란드는 성(性)에 있어서도 무척 개방적이다. 미국 네바다주와 함께 매춘을 합법화했으며 세계 최초로 연성 마약의 사용과 판매가 허용된 곳이다. 심지어 시청 근처에 홍등가가 있어 '거리의 여자'들이 돌아다닐 정도다. 한 설문 조사에선 '네덜란드 성인의 75%가 매춘을 직업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마약 허용과 관련, 유럽연합으로부터 꾸준히 견제를 받으면서도 외교 수완을 발휘해 적절히 위기를 넘기고 있다.
이같이 '개방'이 트레이드마크인 네덜란드출신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머물 당시 흑인 여자친구를 공식 석상에 대동, 화제가 됐었다. 부인과 별거상태였던 히딩크 감독은 국내 언론의 집요한 취재 공세가 이어지자 취재진에게 "엉덩이를 차버리겠다"는 폭언까지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어렸을적부터 네덜란드의 개방적인 환경에 익숙한 히딩크 감독은 여자친구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한국 언론들을 이해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히딩크 감독의 '여자친구 사건'은 이처럼 네덜란드와 한국의 문화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훈들로(네덜란드)=스포츠조선 김미연 기자 ibi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