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舊버마)를 가면 가난에 찌들었던 우리의 1950~60년대가
연상된다. 그때 우리처럼 사람들은 순박하지만,배고픈 '입 '하나를
줄이기 위해 시골처녀가 수도 양곤으로 올라와 돈 한푼 못 받고
식모살이를 한다.현지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한국인 사업가 집에
고용된 가정부,청소부,경비원 등 3명에게 들어가는 한달 비용이
미화 67달러.아마 세계에서 가장 임금이 싼 나라에 속할 것이다.

이런 미얀마가 20세기 초 세계 쌀 수출 1위국으로 아시아에서
매우 풍족한 나라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미얀마는 한국의 5.16 쿠데타가 난 지 1년 뒤인 1962년 역시
군부쿠데타가 일어나 지금에 이르고 있다.한국의 쿠데타가 비록
군부독재하이지만 비약적 경제발전을 가져온 순기능도 했다면,
미얀마는 대표적인 '실패한 군부독재 '국가다.미얀마와 인접한
세계 인구 2위 대국 인도는 우리가 나라를 세우던 1948년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제3세계 리더였다.

당시 지도자였던 간디와 네루는 인도를 미 ·소 어느 진영에
속하지 않는 비동맹 ·사회주의성 폐쇄경제 체제로 이끌었다.
그들은 1953년 한국전쟁 휴전시 남·북 어디에서도 살기를 거부한
'반공포로 '들을 제3세계 맹주자격으로 기꺼이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 반공포로들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전 50주년 기념차
작년 인도를 방문했을 때 거리는 온통 현대 ·대우 자동차요,
상가에는 LG ·삼성 가전제품들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들에게 한국은 선망의 나라 그 자체요,한국제품은 부잣집
혼례용품의 대명사였다.그때 만난 인도의 한 언론인은 "우리는
간디와 네루를 싫어한다 "며 매우 의미 심장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름이나 집안을 유명하게는 했는지 모르지만
조국을 위해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그때 그들이 택한 국가전략이나
노선이 옳았다면 지금 인도가,대단히 죄송한 얘기지만,한국은 물론
말레이시아에도 경쟁력이 뒤지는 나라가 되진 않았을 겁니다."
말레이시아를 이끄는 마하티르 총리는 비록 '독재 '는 하고 있지만
무서운 추진력으로 만년 빈국(貧國)을 중진국 반열에 끌어올렸다.

그 마하티르가 1981년 집권 후 한국을 경제성장모델로 삼고
'동방정책(Look East)'을 추진했다가,1990 년대 한국의 민주화에
따른 부작용을 보면서 "한국식으로 민주화하면 안되겠다 "며
도리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았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작년 마하티르를 직접 만났을 때 그는 간접적으로 뼈있는 얘기도
털어놓았다."전임자나 전세대를 무조건 비판하는 풍조가 남아있는
한 누가 자발적으로 권력을 놓겠습니까.또한 지도자가 대중(大衆)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인기 위주정책을 추진한다면 누군들 지도자
역할을 못하겠습니까?"

독재자를 미화해선 결코 안되겠지만 그의 말에는 20년간 권력의
정상에서 온갖 풍상을 겪은 경험과 노회함이 담겨져 있다.우리가
인정을 하든 말든 한국은 적어도 아시아 국가들에는 배워야 할
'모범(role model)'국가로 인식되고있다.

물론 IMF 위기를 겪으면서 위상이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동 ·서남아를 비롯해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한국처럼 되나 "가 국가적관심사다.1945년 아시아 각국이 독립할때
가장 가난했던 한국이 경제발전과 민주화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비결이 관심의 요체다.

그러나 정작 지금 우리나라를 스스로 들여다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분명히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의 국력을 키운 주역이나 세대,
집단이 있을텐데 어느 누구에게도 공(功)을 돌리지 않고 서로 헐뜯기,
책임전가에만 급급하다.대신 지금 권력을 쥔 '우리는 잘났다 '와
'그외 모든 것은 잘못됐다 '는 악선전만이 판을 치고 있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어느 나라,어느 누구도 배우지 말아야 할
'한국병 '이다.

( 사회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