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풍경이 이곳에 있네
사사키 미쓰오 등 지음, 정선이 옮김
예담, 9800원.

과연 고흐의 인기는 끝이 없는 모양이다. 최근 1~2년 사이 작품집, 전기,
서한집에 어린이용 책까지 고흐에 관한 책만 10여종이 쏟아져 나와 이젠
더 나올 책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또 고흐에 관한 책이 출간됐다.
이번엔 고흐가 이젤을 세우고 그림을 그렸던 그 자리를 찾아 사진을 찍어
그림과 함께 보여주는 기행문집이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40년 넘게 거주하며 인상파 화가와 작품을 연구하는
부부. 두 사람은 역시 10년째 파리에 살고 있는 사진작가와 함께 고흐가
생의 마지막 4년반을 보낸 프랑스의 곳곳을 뒤진다. 그들은 편지 등
자료를 지도 삼아 고흐가 머물던 곳을 찾아간다. 그것도 고흐가 7월에
그린 그림 속의 밀밭은 가능하면 7월에 찾아가는 등 되도록 작품 제작
당시와 흡사한 조건에서 그 자리를 되밟는다. 꿈틀거리는 햇빛의 느낌을
극적으로 표현했던 고흐의 발자취를 좇기엔 적절한 방법이다.

이런 치밀한 안내자를 따라 사진으로나마 작품의 잉태현장을 보는 일은
즐겁다. 청운의 꿈을 품고 도착해 '밤의 카페 테라스'를 그렸던 파리의
몽마르트르 거리부터 해바라기가 만발한 아를, 정신병으로 입원했던 생
레미 그리고 단 70일간 머물렀던 오베르…. 그림 속에서와 똑같이
가로등이 줄지어 선 론 강변의 풍경사진을 본 후 다시 들춰보는 '별이
빛나는 밤'은 느낌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또 귀를 자르고 정신병원에
입원해서도 붓을 놓지 않고 병원 뜰이며 현관, 창밖 풍경 그림을
쏟아냈던 고흐의 예술가적 열정을 읽을 수 있다. 현장사진과 작품사진을
통해 100년전 고흐가 보고 느꼈을 감정상태에 최대한 근접하게 독자들을
이끄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말미에는 책에 나오는 고흐가 머물렀던
현장을 찾아가볼 수 있는 교통편 등을 부록으로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