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남한에 호랑이가 살고 있는 것일까. 대구문화방송이 2일 카메라로
호랑이 모습을 찍었다고 발표하자, 사람들은 57년 만에 한국 토종
호랑이를 다시 보게 됐는가라며 흥분했었다. 그러나 이날 밤 9시 MBC
뉴스를 통해 방영된 '호랑이' 동영상을 시청한 학자들 대부분은 "다
자란 살쾡이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대구문화방송은 지난 6월 22일 오전 3시34분 경북 청송군 보현산의 해발
1000m 높이 9부 능선에서 생후 25개월쯤 된 호랑이 한 마리가 무인
카메라에 찍혔다고 발표했다. 방송측은 카메라 5m 앞에서 '호랑이'가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사상최초로 동영상으로 촬영됐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만약 카메라에 찍힌 동물이 호랑이로 확인될 경우, 1944년
전남 지리산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잡힌 뒤 57년 만에 처음이 된다.

특별취재팀의 일원인 야생동물연합 한상훈(한상훈·40·동물학 박사)
상임의장과 한국야생동물연구소 한성용(한성용·37) 소장은 "필름에
찍힌 동물의 몸길이(1.3m), 옆구리와 앞다리의 줄무늬, 길쭉한 옆얼굴,
S자로 휘어진 꼬리, 귓등의 흰 털 등으로 볼 때 호랑이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지역연구소 소속 호랑이 전문가인
드미트리 피크노프 박사도 현장조사와 필름 판독을 벌인 뒤 "호랑이로
보인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나 야생동물 전문가인 한국 교원대 김수일(김수일·45) 교수는
"남한에서 50년 넘게 호랑이가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고 살아 남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특히 "사진을 보니 등에
줄무늬가 보이지 않으며 꼬리도 내려갔다"며 "어린 호랑이가 아니라 다
자란 살쾡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날 TV를 통해 문제의 야생동물
동영상을 시청한 포유류 전문학자 5명에 대한 전화인터뷰 결과 이중
4명은 "살쾡이 같다"고 답한 반면 호랑이라고 말한 이는 한
명뿐이었다.

환경부는 '호랑이' 진위를 가리기 위해 전문가 9명으로 특별 조사팀을
구성, 현장에 급파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지난 96년 "남한에는 더이상
호랑이가 없다"고 공식 선언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