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그에게서 여행가나 맛칼럼니스트라는 직함을 더 자주 봤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조주청(56)의 '본업'은 만화가다. 서울 삼청동 길가
3층에 작업실 '청청공방'(삼청동+조주청)을 차려놓고
십여개의 신문, 잡지에 맛깔나는 여행 칼럼과 군침 넘어가는 맛집을
소개하는 이 작가가 오랜만에 '본업'으로 돌아왔다. '만화로 보는
선인들의 지혜와 해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오입쟁이, 사기꾼,
그리고 수전노'(아라크네 刊)다.

"만화책 낸지는 한 7년인가, 8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그 동안은
'지구떠돌이 함께 뒹굴며 108나라' '지구촌 성문화 기행' 등
여행기에 주력했었거든요.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서 들었던 옛날 이야기를
꼭 한 번 만화로 표현해야지, 했는데 좀 늦어졌습니다."

다시 만나보는 작가 특유의 단순한 선 반갑다. 그 선을 통한
만화적 과장과 생략, 또 일견 거칠어 보이지만 풍부한 표정들의 주인공
캐릭터들은 해학을 담은 내용만큼이나 웃음을 자아낸다.

영악스런 사기꾼, 점잔 빼는 훈장님, 착한 효자, 음흉한 부자, 촐랑대는
이방, 음탕한 과부 등 이 책에 나타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은, 구태여
문자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표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또 촌철살인의 유머와 함께, 조상들의 해학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때로는 포복절도의 폭소를, 때로는
자기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감동의 눈물을 만난다. 안방마님을 몰아내고
위세를 떨치는 삼월이('삼월이'의 잠자리 재간'), 장기알을 잡고
옥신각신 하다 제풀에 넘어져 머리 박고 죽은 오첨지('아버지의
원수')등 70여편의 에피소드들은 각 편마다 예사롭지 않은 웃음을 던져
주고 있다.

만화가를 시작한 그의 이력이 흥미롭다. 작가가 직접 쓴 약력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도 근무하다 뛰쳐나와, 건축일도
해보고 호텔을 지어 경영도 해보다가 이것저것 다 재미없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적혀있다. 그는 "80년대 초 월간지 '산'에
독자투고 만화를 보내 뽑힌 게 내 만화가 경력의 시작"이라면서 "내
아이디어가 그림으로 인쇄돼 독자들이 본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기만
하다"고 했다. 그는 "이 책에 나오는 오입쟁이, 수전노는 우리가 이를
악물고 없애야 할 악인이 아니고 쓴웃음을 짓게 하는 귀여운
악당"이라며 "우리 조상들의 유머와 해학, 그리고 절묘한 스토리와
반전은 다른 어느 나라 것보다 월등하다"고 했다. 그 목소리에 그의
본업, '만화가'로서의 자부심이 넘쳐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