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에도 차(다) 마시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해요.”

남한강이 훤히 보이는 양평군 양서면 복포리 다실에서
신운학(64)씨는 손님 맞이 뿐 아니라 차와 관련된 각종 자료를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지난 2월 개설된 차전문 인터넷
홈페이지(www.teabox.net)에 올릴 내용을 준비하고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 또 9월부터는 양평군 여성회관에서 주부·학생 등을 대상으로 다도
교실을 열 예정이다. 신씨는 "복포리 주부들과 국수리 국수교회 성가대
등을 대상으로 같이 차도 마시고 예절교육도 하다보니 읍내에서 차
마시는 법을 가르치게 됐다"고 말했다.

해방전 일본에 정착한 한국인 부모아래서 태어난 신씨는 일본에서 대학
교육까지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차를 접하게 됐다. 신씨는 "일본에선
일상 생활속에 차가 있다"며 "중·고교 예절시간에 차 마시는 법을
배웠고, 대학에서 식품학을 전공하면서 많은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전통차를 알게 된 것은 32살 때 유학생이던 지금의
남편 성영권(68·고려대 명예교수)씨를 따라 서울에 들어오면서
부터다. 신씨는 "당시 이방자 여사와 일본 사람들이 만나 일본차를
마시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전통차를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69년 이방자 여사와 함께 낙선재에서 '한일 차문화 교류회'를 열었다.
다기가 없어 제사에 사용하는 '제기'를 사용했고, 전남 광주에서
전통차를 구해 차마시는 법을 재현했다.

신씨는 또 일본에서 마시는 말차가 고려시대 차라는 사실을
문헌을 뒤져 밝혀내고 87년 한국의 집에서 '고려차 발표회'를 가졌다.
말차는 최상급의 녹차를 쪄서 말린후 멧돌에 갈아서 만든 차다. 송나라
사신으로 1123년 고려를 다녀간 서긍이 고려 시대의 풍물을 적은
'선화봉사고려도경'에 기록된 내용을 가지고 재현했다. 신씨는
"이규보의 시에 '멧돌을 보낸 준 벗에게 고마워하며…자네 또한 어찌
차 마시지 않으리오만…자네가 쓰지않고'라는 구절을 보면 찻잎을
갈아서 마신 것을 알 수 있다"며 "역대 임금들도 팔관회 행사 때
부처에게 올리는 차는 손수 갈아서 올렸다"고 말했다. 97년엔 고구려차
마시는 법을 벽화를 토대로 재현, 대영박물관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신씨는 이밖에 말차에 송화가루와 대추를 얹어 마시는 '운화말차',
차 생잎과 녹차를 섞어 마시는 '생엽차' 등을 고안했다.

신씨는 일주일에 세차례 서울 안국동에 있는 화정다례원에 나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례(차례)를 가르친다. 신씨는 "바쁜 세상에 앉아서 격식을
모두 갖추면서 차를 마시기는 어렵다"며 "전통차 마시는 법도
현대화해서 생활속에서 즐겁게 차를 마실 수 있는 '생활다례'를
보급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씨는 10년 전 서울 강남을 떠나 남한강변에
전원주택을 짓고 남편과 함께 양평에 내려와 살고 있다. 신씨는 "양평은
공기가 맑고 물이 좋아 더 짙은 차향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031)772-7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