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4월 이집트4개국대회 기간중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무조건 쉬는게 능사는 아니다. 경기를 통해서 컨디션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결국 '뛰면서 쉴 수 있어야 빼어난 선수'라는 얘기였다. 이런 예로 그는 설기현(벨기에 안더레흐트)을 들었다. 당시 벨기에 안트워프에서 뛰던 설기현은 1주일에 무려 4경기를 소화하는 무쇠체력을 선보였다. 대표팀 합류 직전에 벨기에리그서 2게임에 나섰던 그는 이틀 간격으로 잡혔던 이집트대회 2경기에 곧바로 출전,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히딩크 감독은 우승 직후 "설기현은 언제 뛰어도 변함없는 기량을 선보이는 선수"라고 높이 평가했다.
최근 고종수(수원)의 대표팀 탈락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이와관련,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정확한 사유를 밝힐 수는 없다. 그러나 선수에겐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 고종수의 대표 탈락은 체력이 가장 큰 이유였음을 내비쳤다.
고종수는 지난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표팀 합숙훈련(15-29일)과 아시아클럽선수권(24-26일) 일정이 겹치면서 곤혹스런 입장에 놓였었다. 결국 히딩크 감독의 양보로 마무리됐지만 고종수는 아시아클럽선수권 출전 여파로 컨페드컵에서 부진을 거듭, 한국의 예선탈락에 빌미를 제공했다.
히딩크 감독의 관점에서 볼 때 고종수는 '경기를 통해 컨디션을 조절하는데' 실패한 셈이다. 설기현은 1주일에 4게임을 뛰고서도 이집트대회를 우승으로 이끌었는데, 고종수는 아시아클럽선수권 출전의 피로를 이기지 못한 채 컨페드컵에서 졸전을 보여 히딩크 감독을 크게 실망시킨 것이다.
컨페드컵은 히딩크 감독이 심혈을 기울였던 대회였다. 대회 개막을 한달여 앞두고 벌어진 이집트대회 기간중 그는 "우리의 목표는 컨페드컵"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그런데 프랑스에 0대5로 참패한 끝에 예선탈락했으니 그의 마음을 알만하다.
걸출한 대표선수가 감독에게 '찍혀' 구설수에 오른 경우는 많다. 스타플레이어와 대표팀 감독의 긴장 관계는 외국에서도 흔한 일이다. 또 선수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고종수가 이번 유럽전지훈련에 합류하지 못한 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국제대회가 끝날 때 마다 대표팀이 유럽팀에 유독 약하다며 '유럽징크스'를 떠들어댔다. 이번 네덜란드-체코 전지훈련은 이같은 유럽징크스를 깨기 위해 마련된 회심의 카드였다. 그런데 고종수가 빠져버렸으니….
그러나 고종수에게는 이번 대표탈락이 더욱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그가 이번 일을 거울삼아 2002월드컵 대표팀의 간판선수로 거듭 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