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목소리를 높여온 ‘고이즈미 일본호’의 기세가 더욱 오르게 됐다.

29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는 개표 결과 자민당을 비롯한 공명·보수 연합여당이 안정 과반수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3당을 합쳐 의회 내 과반수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의석수인 63석을 가뿐히 넘어선 것은 물론, 자민당 단독으로 개선 과반수인 61석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번(1998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불과 44석만 당선시켰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드는 결과다.

이번 선거는 국내적으로는 ‘고통을 수반한 개혁 추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내각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야당은 ‘개혁’이라는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고이즈미 정권으로는 불가능하다” “냉혹한 개혁은 국민을 오히려 괴롭게 한다”는 반대론을 폈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은 고이즈미에게 신임장을 부여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3월 취임시 ‘9월 전당대회까지의 한시 내각’으로서 출범했다. 그러나 그 후 이어진 80%의 지지율과 함께 이번 선거 승리로 장기집권 체제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시모토파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세력들은 ‘우편업무 개혁’이나 ‘도로 예산 재검토’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반발해왔지만, 이제는 오히려 고이즈미의 눈치를 봐야 하게 됐다. 당분간은 고이즈미 개혁정책에 장애물은 없을 전망이다.

선거 승리로 고이즈미 총리는 당장 일본 패전 기념일(8월 15일)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소신껏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사민당, 공산당 등 야당이 참배 계획을 문제삼았으나 결과적으로 고이즈미에게는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고이즈미 내각은 한국·중국에 대해 정치·경제적으로 강경정책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당내외에서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선거에서 승리한 이상 고이즈미의 이런 노선에 수정이 가해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개표 시작된지 2시간도 안돼 연립 3당은 안정 과반수 의석을 넘어섰다. 금년 초 모리 요시로 전 총리 당시, 투표율이 높으면 패배가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해 ‘복중’으로 선거날을 잡은 것을 후회할 정도로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 자신감이 높았다. 고이즈미 총리는 29일 투표를 마친 뒤 가벼운 복장으로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그렇게 덥지 않아서 모두 투표하러 가 주면 좋겠네요”라고 여유를 보였다.

숫자로 본 선거 결과 =임기 6년인 일본 참의원 총 의석수는 252석. 작년에 이를 242석으로 줄이기로 했고, 이번 선거에서는 그 절반인 121석을 두고 선거가 이뤄졌다. 따라서 형식적으로는 그 과반수인 61석을 확보하면 여당의 승리로 볼 수 있다. 줄어들 10석 중 이번 선거에서는 그 절반인 5석이 줄게 되므로 전체 의석은 247석이 되고, 과반수는 124석이 된다. 자민·공명·보수 등 연립여당은 고이즈미 인기에 힘입어 130석을 훨씬 넘는 ‘확실한’ 안정 의석을 무난히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경=권대열특파원 dykw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