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우승후보인 브라질 대표팀의 패배가 세계 축구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지금 열리고 있는 코파아메리카에서 브라질은 온두라스에 2대0으로
패하면서 8강에서 탈락했다. 충격이다. 98년 월드컵 준우승 이후 대표팀
감독을 세 차례나 바꿔야 할 만큼 대표팀의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지만 브라질의 패배는 여전히 너무 어색하기만 하다.

축구계의 생태계, 이것은 자연만큼이나 환경의 영향을 받았다. 일본이나
프랑스처럼 노력과 거기에 따른 열매를 얘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자연스러운 이동과 흐름에 의해 세계 각국의 축구는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브라질은 74년 세계축구가 '토털 사커'라는 급격한 흐름을 타고
빨라지자,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우승하기까지 단 한 차례도 결승에
오르지 못하는 수모 기간이 있었다. 개인기가 뛰어난 브라질 선수들은
빨라진 축구에 그들의 체력이 당하질 못하고 적응이 안됐던 것이다.

그 당시 브라질로 건너간 유럽의 지도자들은 공을 잡으면 천성적으로
재주를 부리고 싶어하는, 그래서 공을 끄는 선수들에게 원 터치 이상을
하지 말 것을 강하게 주문하기도 했었다. 88년 '티타'라는 브라질
득점왕이 내가 뛰던 레버쿠젠에 오기까지는, 힘의 축구를 하는 독일은
그들의 무대가 될 수 없었다.

그 후 선수들의 유럽무대 성공은 뛰어난 몇몇 선수들을 유럽화했고,
이것은 팀의 기동력과 지구력에 변화를 주게 되었다. 98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파에이라는 독일에서 지도자 공부를 한 감독이다. 무명의 그를
택한 브라질대표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들은 이
우승으로 곧 세계 최강의 자리를 다시 찾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체력을
겸비한 브라질은 다시 세계무대를 누비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이 슬슬 문제가 되고 있다. 브라질 대표선수의
소속팀이 팔메이라스, 혹은 플라멩고, 바스코 다가마에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으로 바뀌어 갔다. 그와 함께 대표팀의 또 다른 문제가
조금씩 그 모습을 내비치더니 이제는 또다시 세계 최강의 타이틀을
내놓아야 하는 지경이 된 것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사들인
스페인의 자국 리그는 유럽 최강이다. 그러나 세계 선두그룹을 지키는
청소년대표팀 만큼 국가대표팀은 그 위력을 보이지 못한다. 각 팀의
기둥이 되어버린 세계적인 스타들에게 팀의 주전 자리를 내놓은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선수들을 갖고 있는 네덜란드와 최근의 프랑스는
대표팀과 달리 자국 리그는 유럽의 각종 컵대회에서 맥을 못 춘다.
대표선수 대부분이 이탈리아나 스페인 혹은 영국으로 나가 있기
때문이다. 돈에 따른 선수들의 이동, 이에 따른 세계축구의 변화. 이걸
보면 한 나라의 축구가 부진한 이유와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길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