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다. 지역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지난 21일 시작된 후반기 프로야구는 비 때문에 출발부터 팀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후반기 첫 주엔 광주와 대구에서 비를 피한 1위 현대와 2위 삼성이 나란히 2연승을 거두었고, LG는 22일 두산과의 잠실경기에서 3회까지 0-7로 뒤졌으나 비로 노게임이 선언되면서 비 덕분에 1패를 면하기도 했다.
이처럼 비는 프로야구 20년 동안 선수와 팀을 웃기고 울리면서, 각종 진기록을 남겼다. 롯데 투수 박동희(현 삼성)는 정식경기에서 노히트 노런의 대기록을 세우고도 인정을 받지 못했다. 93년 5월13일 부산 쌍방울전에서 5이닝 동안 노히트 노런의 값진 기록을 작성했으나 이 경기가 강우 콜드게임이 되면서 대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 2001년 KBO연감에도 박동희의 이 기록은 참고기록으로만 남아있다.
'오! 비'를 연상케했던 OB(현 두산)는 98년 8월 프로야구 최다인 11게임 연속 우천취소라는 진기록을 세우면서 12일간의 '억지 휴식' 동안 지겨운 '비와의 전쟁'을 벌인 팀으로 유명하다.
또 빙그레(현 한화)는 일기예보를 믿고 있다가 기권패를 당할뻔 했다. 93년 7월13일 OB와의 잠실경기를 앞두고 서울-중부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이날 오전 폭우가 계속되자 당연히 경기가 취소될 것으로 믿고 대전실내연습장에서 훈련에만 열중했다. 그러나 경기를 진행한다는 OB의 연락을 뒤늦게 받은 빙그레는 부랴부랴 오후 3시30분쯤 대전을 출발해 경기시작 55분전인 오후 5시35분에 가까스로 잠실구장에 도착한 것. 이 때문에 경기시작 1시간전에 교환하는 오더교환도 5분이나 늦었다. OB 김상진과 빙그레 이상군이 완투한 이 경기는 OB의 1대0 완봉승.
빙그레의 93년은 시작부터 '비와의 악연'이었다. 4월10일 태평양과의 개막전 3회 2-2에서 비로 노게임이 선언되면서 장종훈의 1회 2점홈런이 무효가 되기도 했는데 개막전이 비로 노게임이 선언된 것은 이 게임이 최초다.
빙그레는 이어 같은 해 6월2일 대전구장 조명탑이 비바람으로 기우는 바람에 두달 동안 대전 홈게임을 청주로 옮기면서 큰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당시 대전에서 방위복무중이던 에이스 정민철이 청주경기에는 휴가를 받아야만 출전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밖에 홈런을 때린 타자가 전력질주하고,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벼락같이 헛스윙 고의삼진으로 물러나는 등의 진플레이가 벌어지는 것도 비가 만들어내는 웃지못할 해프닝들이다.
비가 자주 오는 여름이면 정상적인 투수 로테이션이 차질을 빚게 되고, 이럴때 감독들의 투수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팬들은 스타선수들이 변덕스러운 날씨에 어떻게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기록관리를 하는가를 지켜보는 것이 장마철의 프로야구를 더욱 재미있게 보는 한 방법일 것이다. 〈 스포츠조선 부국장 겸 정보자료부장 joyg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