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감독 장 피에르 주네(46)의 '아멜리에'는 20일 막내린 제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더없이 적합했다. 자신의 내면에
갇혀 세상으로 나아가길 두려워했던 소녀 아멜리가 마침내 사랑을 찾는
과정을 환상적 필치로 그려낸 이 영화는 '판타스틱한' 영화를 보러
부천의 마지막 밤을 찾아온 팬들에겐 환상적인 선물이었다.

올 초 프랑스에서 6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인 대히트작
'아멜리에'의 감독 장 피에르 주네 역시 부천을 찾았다.
'델리카트슨'과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를 마르크 카로와 공동
감독한 그는 이후 할리우드에서 '에일리언 4'를 연출, 한국에도 잘
알려졌다. 직접 만난 장 피에르 주네는 빡빡한 일정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혼자 물잔을 두 손으로 주고받는 장난을 계속하며
'몽상가'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어두운 SF였던 이전 세편의 영화와 달리 ‘아멜리에’는 무척 밝다.

"스타일을 좀 바꾸고 싶었다. 2년간 할리우드에 있다가 돌아오니
'이상적인 파리'를 재발견하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 첫 두 영화는
마르크 카로가 좀 어두운 시선을 가졌던 탓도 있었다."

-이 영화엔 감독 개인의 추억과 공상이 잔뜩 들어가 있는 듯 하다.

"맞다. 가장 개인적인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작품 속 에피소드나
상상의 80% 이상이 내 어린 시절에 토대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자살을
기도하는 금붕어도 실제 봤다. 어린시절부터 혼자 놀면서 공상을 많이
했는데, 덕분에 평생 지루했던 순간은 한번도 없었다."

-너무 많은 에피소드가 아주 빠르게 이어져 미처 다 즐기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다.

"프랑스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덕분에 반복 관람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러면 관객 수가 더 늘어나니까 좋은 일 아닌가.(웃음)"

-'아멜리에'는 추억에 대한 영화로 보인다. 그런데 프랑스 평론가
중에는 이를 '퇴행적'이라고 공격한 사람들도 있었다.

"난 향수를 사랑한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향수인데 왜 그걸
퇴행적이라고 비난하는지 모르겠다."

-할리우드에서 작업하며 당신이 느낀 것은?

"두가지 면에서 놀랐다. 예상과 달리 예술적 자유가 완벽하게
주어졌다는 점, 그리고 막연히 풍요롭다고만 생각했는데 재정적 제한이
무척 엄격했다는 점이다. '에일리언4'를 끝내고 배운 점이 있다면 영화
속 묘사들을 모든 관객들에게 이해될 수 있는 방식으로 찍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에일리언 4'의 감독으로서 전작 3편 중 어느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나.

"리들리 스콧의 1편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서 모든 게 출발했으니까.
그런게 바로 창의성이란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전세계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 영화는
올 상반기 자국 시장점유율 50%를 넘겨 놀라움을 안기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프랑스 영화는 기술적 수준에서 할리우드와 경쟁이
되지 않았다. 그때 데뷔하면서 기술적으로 완벽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그렇게 찍을 줄 아는 프랑스 감독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들이 만든 영화에 프랑스인들이 열렬히 호응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