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1시쯤 서울 송파경찰서 형사계. 모 중학교 ‘일진회’ 회원인 안모(15)군 등 5명이 들어섰다. 먼저 와 조사를 받던 피해학생 10여명은 갑자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 학교 일진회원들이 작년부터 저지른 폭행이나 금품갈취는 경찰이 밝혀낸 것만 59건. 조사를 받던 일진회 소속 한 학생은 “일진이 때릴 때 왜 때리느냐고 묻는 놈들이 가장 싫다”며 “그런 놈들은 반쯤 죽여놓는다”고 당당하게 얘기했다. 피해 학생 중 한 명은 화장실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간 일진회원에게 항의하다 “감히 말대꾸한다”고 청소걸레 자루로 온 몸을 두들겨 맞았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은 대개 1학년 때 제법 ‘주먹’을 쓴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일진회에 ‘발탁’됐다. 안군 등은 “처음에는 좀 망설이기도 했지만, 일단 일진회에 가입하니까 시비거는 사람도 없어지고, 왕처럼 학교생활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학교 폭력의 대명사처럼 된 교내 폭력 서클 ‘일진회’는 기성 폭력 조직을 방불케 한다. ‘선배들에게 90도로 인사, 선배말에 무조건 복종, 후배들은 때려서 교육시키기, 탈퇴시 보복….’ 웬만한 폭력조직 수준의 규칙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일진회원들은 학생들에게 거의 ‘제왕’으로 군림한다.
일진회원 중에는 「멀쩡한」 집안 자녀들도 적지 않다. 지난 4월 2일 오후 3시쯤, 서울 동작구 N노래방에서는 인근 A중학교 2·3학년 여학생 일진회원 18명이 모여 신입회원 4명의 신고식을 가졌다. 이들 4명은 성적, 외모, 집안형편 등에서 뒤처지지 않는 학생들이었다. 기존 회원18명도 인근 아파트 30~40평형에 사는 전문직·자영업 가정 출신이었다.
그러나 결손 가정 출신이 역시 많다.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가 별거 중인 김모(16)양은 학교 생활에 잘 적응을 못 하다 중학교 입학 뒤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재미에 빠져들면서 일진회원이 됐다. 중3 때 말을 듣지 않는다고 같은 학교 친구를 ‘손봤다가’ 퇴학을 당한 김양은 어렵게 서울 성동구의 모 여고에 입학했다.
그러나 여전히 ‘누구의 말도 듣지 않겠다’는 식으로 행동하다 입학 3개월여 만인 지난 6월 학교에서 사라졌다. 김양의 어머니는 “집안에서 입은 상처가 세상에 대한 증오심으로 굳은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학교폭력은 피해자 가족뿐만 아니라 가해자 쪽에도 아물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서울 모 여고 1학년 B(15)양은 작년의 성수여중 폭력사건 가해자 5명 중 한 명이다. 소년원에서 6개월을 보내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B양의 아버지(48)는 “내 딸의 잘못을 백 번, 천 번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당돌하던 아이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해 불안한 마음뿐”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