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황연주·걷는 법도 배워 기품있는 조선妓女 ‘변신’##

'탤런트' 유호정, 하면 빠글빠글 퍼머한 머리를 질끈 묶고 당차게
상대방을 닦아세우던 텔레비전 드라마 '청춘의 덫'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출세 지향의 남자를 두고 심은하와 맞섰던 이 드라마에서
유호정은 파르르 타오르는 불꽃같은 성정 뿐 아니라 상처받기 쉬운
보드라운 속살을 함께 드러내보였다.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 현대적
분위기 물씬한 역에서 늘 최적의 컨디션을 보이던 그가 화원 장승업의
일생을 담은 임권택 감독의 새 영화 '취화선'으로 영화 데뷔한다는
사실은 그래서 의외로 여겨지기도 한다.

16일, 폭우 덕에 티끌 한점 없이 말갛게 갠 초복 날, 서울 중구 필동
한옥마을은 '취화선' 첫 촬영으로 웅성거렸다. 제작발표회를 겸한
이날, 유호정 몫 촬영은 없었지만 한복 의상을 갖춰 입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선을 보였다. 쪽 진 머리가 처음이란 것치고는 퍽 자연스런
분위기다.

"예스럽게 걷고 앉는 법도 배우고, 생황도 익히면서 두달 넘게
준비했어요. 기억에 남을만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취화선'에서
맡은 역은 기생 매향. 집안의 몰락으로 기생이 된 매향은 평생 장승업에
대한 연모를 담고 산다. 전통 악기 생황을 부는 장면 때문에 연습에
몰두했다. "악보가 다 한자로 되어있어요. 정말 악보만 보면… 생황은
단소에 얹혀가며 자기 색깔을 내죠. 제 역할도 그런 것인데, 그 느낌
내는 게 참 어려워요."

CF모델로 시작, 텔레비전 드라마를 거치며 그는 꽤 개성있는 여배우가
됐다. '작별' '청춘의 덫' 등 '김수현표' 드라마와 노희경 작가의
'거짓말'에서 그는 당차고 야무진 이미지를 굳혔다. "실제의 제
모습은 그렇지도 않아요. 고민도 많고, 소극적인 점도 있고…" 동료
탤런트 이재룡과의 결혼은 그에게 또하나의 숙제를 안겼다. "결혼한
여자에게 처녀역을 맡기는 게 어색하다고 생각하더군요. 그렇다고 아이
딸린 아줌마 역에는 공감대 형성이 어렵고요." 마흔 바라보는 남자
배우는 결혼했건 안했건 연애 드라마 주인공이 돼도20대 후반이란
'기혼녀'는 '애매하다'는 말을 듣는 분위기에서 그는 분투했고,
'청춘의 덫'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큰 스크린은 정말 다르더군요. 테스트 필름을 봤는데, 제 모습이
어색해서 혼났어요."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기품있는 조선 여인으로
변모하는 게 지금 제일 큰 과제다. 거울보면서 자기가 예쁘다는 생각을
한번도 안해봤다는 그는 "40대 분장을 해봤더니 정말 잘 어울리는 데
깜짝 놀랐다"고 은근히 스트레스를 드러내지만, "성형으로 다듬은
얼굴은 인조인간같아서 싫다. 편안해보이는 얼굴에 만족한다"고
매듭짓는다. '취화선'은 연말까지 촬영을 마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