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새벽 3시간 동안 내린 189㎜의 폭우에 침수됐던 지하철 7호선
고속터미널역은 만3일만인 17일 밤 복구됐다. 그러나 이 사흘간 7호선
강남구청, 학동, 논현, 반포, 고속터미널역 등 5개 역은 지하철 운행이
완전 중단됐고, 도시철도공사측은 16일 오전 개통을 약속했다가 퇴근시간
이전으로, 다시 17일 오전까지로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해 출퇴근길
시민들을 골탕먹였다.

서울시는 단 3시간 내린 비로 지하철이 사흘간 마비된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대해 "비가 너무 많이 왔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더욱이
서울시측은 "이 정도 홍수에 대비한 배수시설을 다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어 서울시의 방재대책에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 침수원인 = 서울시는 하수관로 처리용량의 2배가 넘는 빗물이
점검구로 역류한 뒤 센트럴시티 옥외 주차장 1층을 통해 지하철역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빗물은 센트럴시티 옥외주차장 1층
3500평을 채운 뒤 주차장과 7호선 고속터미널역을 연결하는 통로를 따라
쏟아져 들어갔다. 주차장은 전체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가장 지대가 낮은
곳. 게다가 주차장과 지하철역이 통로로 연결돼 있어 이 통로가
'홍수고속도로' 역할을 한 셈이다.

역사 당직자였던 이철한(35)씨는 "오전 3시20분쯤 물이 쏟아져 내려
계단을 따라 올라와보니 센트럴시티 옥외주차장 옆 틈과 고속터미널쪽
출구 계단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며 "모래주머니 등으로
막았으나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지하철역은 삽시간에 지하철역 1.8㎞
구간에 깊이 2.7m, 폭 20m에 걸쳐 2만8000여t의 물로 가득 찼다.

◆ 책임공방 =센트럴시티 옥외주차장과 지하철 7호선 역사가 위치한 곳은
과거에도 비만 오면 항상 물이 차던 상습 침수지역이었다고 터미널
관계자들은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지하철이 개통되고, 옥외주차장이
비슷한 시기에 들어섰지만 치수대책은 전무했다.

도시철도공사측은 빗물 대부분이 센트럴시티 옥외주차장과 경부·영동
고속터미널 주차장에서 흘러들어왔으므로 주차장쪽에 차수장치가 돼 있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는 입장이다. 정용철 고속터미널역장은
"폭우가 내릴 경우 빗물이 지하철역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센트럴시티측에 주차장 옹벽을 설치해달라고 도시철도공사를 통해 공문을
보냈지만 짓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센트럴시티 기획실 김복동 부장은 "그런 공문을 받은
적도 없고, 구청에서 관련부서 협의를 거쳐 주차장 건물 사용허가를
내줬는데 허가 이후에 다시 우리 돈으로 옹벽을 설치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서초구청측은 "하수관로가 주차장 옆에 있고, 이
정도의 홍수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허가를 내줬던 것"이라며
"주차장 건물 허가를 내준 것과 이번 침수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 방재대책 =서울시는 17일부터 대한토목학회에 의뢰해 사고원인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도 폭우가 쏟아질 경우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한석창 서초구 치수방재과장은 "시설물 보호차원에서
센트럴시티측에서 주차장옆에 옹벽을 쌓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한 고위관계자는 "설령 센트럴시티측에서 옹벽을 쌓는다해도
막은 물을 흘려내려 보낼 배수로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습폭우에 대비한 뾰족한 대책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