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폭우가 내린 15일 새벽,서울과 수도권 도심에서는 가로등 주변에 있다가 ‘감전사(感電死)’한 사람이 속출했다.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16일 오전 1시 현재 40명의 사망자 가운데 감전으로 인한 희생자가 19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의 50%가 도심 길거리를 걸어가거나 신호등을 기다리다 감전사하는 어이없는 참변을 당한 것이다.

이날 오전 6시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흥아파트 앞 도로에서는
윤승재(27), 이진명(25), 홍순후(21)씨 등 3명의 시체가 발견됐다. 모두
220V의 전류가 흐르는 가로등으로부터 반경 5m 안에 쓰러져 있었다.
홍씨의 죽음을 목격한 최덕영(20)씨는 "오전 4시쯤 물이 120㎝ 정도
차오른 길을 헤쳐가는데 홍씨가 갑자기 '전기, 전기'를 외친 뒤 실신,
물 속으로 쓰러졌다"며 "우리 일행은 주변 담장 위로 올라가 화를
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망한 나머지 2명도 감전 후 정신을 잃고
쓰러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전력측은 "220V로 흐르는 가로등
전류가 누전될 반경 수m 내의 행인은 감전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지상에서 40~50㎝ 떨어진 높이로 가로등 기둥에 설치된
'안정기'를 지목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정기용(49) 점검부장은 "감전
사고는 전주가 쓰러지거나, 가로등에 설치된 안정기에 물이 차면서
전기가 흐르는 경우 발생한다"고 말했다. 안정기는 전류의 흐름을
일정하게 해 가로등 전등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또 경찰 조사 결과 사망자 발견지점 인근에는 가로등 누전시 전류를
자동차단하는 '가로등 분전반함'이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사고현장 일대의 가로등은 또 지난 84년 설치돼 권고 수명인
15년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인천지역에서도 감전사가 잇달았다. 경기도 광명2동 광명역
9번출구역 부근에선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리던 이모(여·42)씨
등 2명이 인근 가로등에서 흘러나온 전기에 감전돼 숨졌고, 인천 계양구
작전2동 대경빌라 앞길에서는 박모(25·회사원)씨 등 2명이 쓰러진
전봇대를 붙잡았다가 역시 감전사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측은 이날 사고들에 대해 "전국적으로 20% 정도의
가로등에 누전차단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며 대대적인 시설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최용석 변호사는
"이같은 원시적 사고가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다는 사실 자체가
수치스럽다"며 "명백한 감전사라면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한
행정관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