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역사
김순철 지음·예진
200만년 정도로 추정되는 인류사의 대부분은 선사시대에 속한다. 우리가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는 역사 시대는 기껏해야 지금부터 약 5000년 전의
청동기 시대. 하지만 그 5000년의 무게는 그 전 200만년을 압도한다.
바로 기록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기록이 시작됐다는 것은 비로소 지식의
축적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종이역사'라는 이름의 이 책이 종이가
생기기도 전인 고대문명의 발상지에서 쓰인 석반이나 점토판, 갑골문을
언급한 것도 그런 이유다. 저자는 종이 이전의 기록사를 짧게 살핀 뒤
채륜의 종이 발명을 위시로 본격적인 종이의 발전사, 종이로 인한 지식의
교류사를 이야기 한다. 때로는 파미르 고원의 고선지가 등장하고, 때로는
막고굴 왕오천축국전의 주인공 혜초가 나타나며 종이로 인한 지식교류의
의미를 전달한다. 종이가 폭탄연료를 쓰인 사례, 우리나라의 제지술
발전과정, 인쇄술과 지식의 대중화 등 종이를 주제로 한 미시 역사가
재미있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