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을 앞두고 (노조설립이) 무리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축구심판 노조'의 이재성 위원장은 지난 6일 종로구청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그는 10일 노조 출범식에선 "2002월드컵 성공개최를 위해 심판노조를 설립했다"고 강조했다. 심판들이 노조설립의 당위성과 시기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는 방증이다.
심판 노조 출범을 지켜보는 축구계의 반응은 '착잡'이란 말로 설명될 것 같다. "오죽 했으면…"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이재성 위원장의 표현대로 '무리'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심판들이 웬 노조?"라며 눈을 크게 뜨는 사람들도 많다.
축구심판 노조는 한국 프로축구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출범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요즘 프로축구는 후텁지근한 날씨만큼이나 짜증스런 일의 연속이다. 2002년 월드컵이 코앞인데도 축구열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오는 9월 축구복표(체육진흥투표권) 시행을 앞두고있는데도 관중석은 썰렁하기만 하다. 또 지난달 수원-대전전에서 발생한 서포터스의 그라운드 난입사건 후유증도 그대로 남아있다.
심판노조는 "프로연맹은 심판노조를 인정하고 즉각 대화와 협상에 응하라"고 포문을 열고있다. 이에 맞서 프로연맹측은 "현재 전임심판들은 1년 계약직"임을 강조하며 외국 심판들을 데려와 맞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내비치고 있다. 자칫하면 올시즌 프로축구는 경기보다는 연맹과 노조가 벌이는 장외싸움에 더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축구심판들은 노조설립으로 모든 것에 대해 '정당성'을 갖고있다고 오판해선 안된다. 10일 노조 출범식에서 그동안의 판정시비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않은 것은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명백한 오심으로 인해 프로축구가 몇차례 파행을 겪은 것에 대해 팬들에게 사과 한마디는 했어야 했다. 하지만 "오심도 판정"이라며 당당히 말했다.
축구팬들은 심판노조에 대해 박수만 치고 있지 않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찬-반 양론으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심판노조가 잉글랜드 프랑스 등 유럽처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반성과 절제가 뒤따라야 한다. < 스포츠조선 김 용 체육부ㆍy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