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국가들이 구조조정 부진과 내수 확대 실패로 인해 1997~98년 금융위기를 벗어난 지 2년 만에 다시 경기침체에 직면해 있다고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커버 스토리로 보도했다.

또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는 25년 만에 찾아온 미국·일본·독일의 동반 경제 후퇴가 동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개도국 경제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IT 수출 의존도와 미국의 ‘불황 수출’

이코노미스트는 “독감을 앓고 난 뒤 담배를 끊고 꾸준히 운동을 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곧바로 수두에 걸린 경우”에 비유, 동아시아 정부·기업·은행들이 구조조정 약속을 완수하지 못하고 내수 회복은 못한 채 수출의존도만 높였다가,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일본 등의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는 바람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태국·대만은 올 1~2분기 GDP가 감소세를 보였으며, 지난해 9~10% 성장률을 보였던 한국과 홍콩은 올해 2~3%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중국도 GDP 성장세는 유지하고 있지만, 40%에 달했던 수출증가율이 지난해는 4%로 급락했다. 수출이 GDP의 약 50%에 달하는 동아시아 경제 개방성이, 그만큼 세계경제의 침체에 취약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은 지난해 전체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5분의2를 대미 정보통신(IT) 장비 수출에서 얻었다. 그만큼 IT산업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미국의 투자 열기가 사그라들면서 미국의 컴퓨터와 전자제품 신규 수요는 올 5월 현재 전년대비 3분의1이나 감소했다. 미국이 과거와 달리 호황이 아닌 불황을 ‘수출’, 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70년대 중반 1차 석유위기 때와 비교되는 상황

앞서 동아시아 국가들은 자국통화 평가절하로 수출상품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빨리 금융위기를 벗어나는 듯하자 수출 의존도를 더욱 늘렸다. 한국의 경우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6년 30%에서 지난해 45%로 높아졌고, 태국은 39%에서 66%로 높아졌다.

반면 내수는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역수지 흑자를 경제회복으로 착각한 정부와 기업의 개혁과 구조조정은 안이해졌고, 부실채권에 짓눌린 금융기관들의 대출 기피 등으로 내수 진작엔 실패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한편 ‘엘 파이스’지는 미·일·독일 경제가 동시에 침체에 빠져들면서 1970년대 중반 1차 석유파동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년여 전 IMF 위기 때와 달리 선진국 위기가 개도국들에 전염되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지난 20년간 연평균 2.9%를 기록했던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는 2%로, 지난해 13%였던 세계무역 증가율은 올해 3~5%대로 둔화될 전망이라면서, 외국 투자자본까지 예전의 80% 수준으로 감소해 개도국들은 잇달아 경제성장 정책을 수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美달러貨 '독불강세'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미국 경제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유로화는 6일 한 때
8개월만의 최저인 1달러당 0.835달러까지 떨어졌으며, 일본 엔화도
약세를 면치 못해 달러·엔 환율은 한 때 3개월만의 최고인 달러당
126엔까지 치솟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등 개발도상국 통화도 기록적 달러 강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브라질의 경우 올 연말까지 환율방어를 위해 60억달러를 써야
할 것"이라고 브라질 중앙은행 소식통을 인용,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달러 강세가 경기 회복 전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경제 둔화를 반전시키려는 연방준비위원회(FRB)의 6개월여에
걸친 노력이 달러 상승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불러왔다"고 6일
분석했다. 당초 FRB의 6차례에 걸친 이자율 인하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역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자, 해외시장에서 미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계속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 여기에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유럽과 일본시장에서 미국 상품에 대한 수요 감소가 겹쳐,
미 국내경제의 침체 탈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로 코카콜라,
나이키, 듀퐁 등 다국적 기업들은 최근 자사의 수익감소 등에 달러화
강세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中경제만 '독야팽창'

중국경제가 세계경기 둔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8% 전후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당초 7%대로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초과 달성한 것이다.

추샤오화 국가통계국 부국장은 6일 "올 상반기 전체 성장률은
8% 전후로 예상된다"며 "세계 경제성장 속도가 급속히 둔화되는
상황에서도 중국 경제는 내수 위주의 특장을 발휘, 비교적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GDP에 대한 내수 기여도는 93%
이상으로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추 부국장은 국내 물가
동향도 양호한 상태여서 통화팽창 위험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는 추세여서 1분기에 비해 2분기
성장속도는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과도한 투자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 중국경제는 지난해에도
8% 성장을 기록했다.

( 북경=여시동특파원 sdyeo@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