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 흑기사가 떴다.'

7일 삼성-현대전이 벌어진 대구구장. 현대의 9회초 공격이 시작되기 직전 관중들이 술렁거렸다.

현대 덕아웃에서 걸어나오는 타자의 헬멧이 너무나 생소했기 때문. 얼굴 반쪽을 덮은 헬멧은 '마징거Z'를 연상시켰고, 멀리서 보면 영낙없는 중세시대의 흑기사.

관중들의 박장대소 속에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다름아닌 심정수. 지난달 5일 수원경기에서 롯데 강민영의 공에 왼쪽 광대뼈가 함몰되는 부상을 한 심정수가 특별히 제작된 헬밋을 쓰고 나온 것이다.

심정수는 관중들이 웃거나말거나 3루땅볼로 물러날 때까지 헬멧을 벗지 않았다.

심정수가 우스꽝스런 헬멧을 벗지 않은 이유는 염경엽 2군 매니저의 '혼이 담긴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심정수도 보호막이 왼쪽 얼굴까지 축 늘어진 이 헬멧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염경엽 매니저가 헬멧을 뜯어다 붙이는 작업을 이틀동안 지켜보고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밤샘작업을 하는 (염)경엽이 형의 정성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관중들은 웃을지 몰라도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헬멧입니다."

마음을 달리 먹어서 그런지 지금은 평소에 쓰는 헬멧처럼 편안하다는 심정수. 그리고 "염경엽 매니저의 지극정성을 생각해 '흑기사 헬멧'을 쓰는 동안 꼭 멋지게 재기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 대구=스포츠조선 권정식 기자 jskw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