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녀 이귀자씨가 5일간 486 ㎞완주를 끝낸 지 사흘 만인 지난 3일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br><a href=mailto:jpkim@chosun.com>/김진평기자 <

키 1m55, 43㎏으로 약간 마른 체구지만 ‘단단함’이 풍겼다. 1남1녀를 둔 가정주부 이귀자(44)씨. 그는 지난달 25일 김해공항을 출발, 서울 여의나루까지 무박 5일로 115시간48분 동안 486㎞를 달리는 ‘초인적인’ 마라톤을 했다. 역주를 마친 지 사흘 만인 지난 3일 그를 만났다. 팔과 등은 햇볕에 그을리고 살갗이 벗겨져 있었지만 ‘멀쩡한’ 보통사람의 모습이었다.

―왜 장거리 달리기를 결심했나요?

“친한 마라톤 동호회원이 회사 창립 기념 초장거리 마라톤을 계획하곤 같이 하자고 했어요. 한번 뛰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동했지요.”

―잠도 못자고 고통이 심했을 텐데요?

“나흘째 되던 6월 28일, 의식은 있는데 저도 모르게 헛소리가 막 나와요. 혓바닥에 바늘이 돋고 발음은 제대로 안 되고…. 앞에서 차가 나를 향해 달려드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제대로 먹지 못한 이유는 뭡니까?

“배탈이 나는 바람에 출발 전날까지 설사를 했어요. 당일 아침 재첩국에 밥 몇 숟가락 말아 먹었는데, 다행히 배만 조금 아프고 설사는 멎어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사흘간 거의 먹지 못했습니다.”

―졸리지는 않았습니까?

“정신력으로 버텼습니다. 체력이 떨어져 공중에 붕 떠 있는 느낌 속에 달릴 때도 있었습니다. 제가 놀랄 정도로 헛소리를 하는 바람에 일부러 말을 안 했어요. ‘달리기를 하다가 저렇게 미치는구나’라고 남들이 생각할까봐요.”

―끝까지 그런 상태로 달렸습니까?

“때론 부축을 받으며 계속 전진했습니다. 6월 28일 저녁 충북 진천을 지날 때 그 지역의 동호인들이 잣죽, 꿀, 미숫가루를 주더군요. 그걸 먹었더니 힘이 나고 사람들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다른 고비는 또 없었습니까?

“6월 28일 해발 361m의 피반령고개를 오를 때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열이 나 걸음을 옮기는 게 힘들었어요. 6월 29일에는 수도권 지역에 비가 억수같이 내려 달리기 힘들었고, 추위로 고생했습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데 왜 달립니까?

“잡념이 없어지고 행복해요. 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스스로에게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울트라마라톤은 많이 해봤습니까?

“작년 1월 1일 전국의 마라톤클럽회원이 국토종단달리기를 했는데, 당시 잠실에서 임진각까지 70㎞가 조금 못 되는 거리를 7시간20분 만에 완주했어요. 작년 7월 중순에는 한강변의 서울마라톤 코스 105.48㎞ (풀코스 2회, 하프코스 1회)를 12시간52분 걸려 완주했습니다.

그리고 9월 30일에는 강화에서 강릉까지 335㎞를 잠 안 자고 75시간 동안 달렸습니다. 14명이 출발해 7명이 완주했습니다. 작년 말에는 전남 땅끝마을에서 여의도까지 달리는 테트라마라톤에 참가했어요. 10명이 하루에 63㎞씩 달리며 북상하는 것이었는데, 다른 참가자들이 첫날부터 부상을 하는 바람에 300㎞까지만 뛰고 행사 자체가 중단됐어요.”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언제입니까?

“1994년입니다. 위장병에다 우울증이 심해 한 번에 8알씩, 하루 네 번씩 약을 먹던 때였습니다. 의사가 운동을 적극 권했죠. 98년 서울마라톤 때 처음 풀코스를 완주한 뒤 대회란 대회엔 모두 출전했어요. 풀코스를 25차례 뛰었고, 산악마라톤까지 포함하면 거의 매주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이번 레이스를 위해 얼마나 준비했습니까?

“평소대로 했습니다. 하루에 10㎞ 정도는 달리거든요.”

―다음 목표는 뭡니까?

“훨씬 더 먼 거리를 달리고 싶어요. 이왕이면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달렸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