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청력을 상실했나….”
아파트 분양 광고의 한 귀절이다. 베이징에서 가장 잘 팔리는 신문
북경청년보에 최근 실린 광고다. 바로 아래 이런 설명이 붙어있다.
"유리로 둘러싸인 베란다, 아침이면 조용히 날아다니는 새들. 부근에는
지하철이 다니지만 땅속입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당신은
순간적으로 '내가 청력을 상실했나…'하실 겁니다."
맨 뒤에는 가격이 붙어있다. '1㎡에 5480위안(원·1위안=약160원)'.
우리의 30평이면 99㎡이므로 54만위안(8700만원)쯤 된다는 말이다. 요즘
베이징뿐만 아니라 중국대륙 대도시에서 팔리는 신문들의 광고는 온통
주택매매 광고로 채워지고 있다. '녹색(주변에 숲이 있는)
주택'에, '별숙(별장)'에, '수자화(디지틀화) 주택'
광고도 등장했다. 넓은 화장실이 표시되어있는 설계도에, 은행
융자조건까지 자세히 안내한 광고들이 신문 광고면을 뒤덮고 있다.
신문마다 주말에는 호화 컬러판 '주말 루시(주택시장)' 섹션
경쟁도 벌인다.
범람하는 주택매매 부동산 광고들은 중국에서 현재
'팡디찬(방지산·부동산) 혁명'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고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헌법에 아직도 사회주의 국가라고 밝히고 있지만,
주택에 관한 한 '분배제도'가 폐지된 가운데 13억 인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내 집 차지하기'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신문사에서 분배받아 임대료를 내고 쓰던 집을 얼마 전에
6만위안(약 960만원)을 내고 샀어요. 60㎡(약 18평)짜리죠."
50세의 신문기자 진모씨는 "그래도 부인과 딸 하나인 세 가족이
쓰기에는 충분하다"며 웃는다. 집이 턱없이 모자라는 베이징에서 이만한
집을 장만한 게 어디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부가 다 직장을 다니는
경우 남편이 한 채, 부인이 또 한 채 해서 두 채를 가지게 된 직장인도
많다"고 했다. 그럴 경우 남편은 싼 값으로, 부인은 아주 비싼 값으로
사게 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주택과 토지를 사유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사회주의의 기본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길을 달리고있는 중국은 3년 전인
1998년 7월 1일 국무원령으로 주택분배 제도를 폐지하고, "주택의
화폐화"를 선언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해서 일정
연한이 되거나 결혼을 할 경우 집을 한 채씩 공급해주던 제도를
폐지하고, "능력껏 돈을 주고 사고 팔라"는 혁명적 조치를 취했다.
"시행일자는 각 성과 시의 형편에 따르라"는 단서조항을 붙였다.
이에 따라 수도 베이징은 작년 7월 1일 분배제도를 공식 폐지했다.
'70~90년 정도의 사용권'이라는 조건을 붙여 나누어주고
아주 싼 임대료를 받던 집을, 자기가 가진 돈에 따라 능력껏
'소유'하고 사고 팔 수 있도록 사유화를 허용한 것이다.
"현재 베이징 시내에서 500가구 넘는 아파트 단지 공사만 200여 군데서
진행되고 있어요."
서울에서 부동산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최근 베이징의 부동산 중개업에
진출한 양재완(47) 주황부동산정보회사 사장은 그러면서 "베이징이
오는 13일 2008년 올림픽개최지로 결정되고 11월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 베이징의 부동산 시장은 화산처럼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바람에 베이징 보통사람들은 마음이 바빠졌다. 한 사람이 차지하던
평균 주택면적이 4㎡(약 1.2평·전국평균)로, 주택이 턱없이 모자라던
차에 당국이 시장경제 방식으로 주택문제를 해결한다고 하자 불평을 할
틈이 없어졌다. 너도 나도 머리를 싸매고 집 살 돈 마련하기에 몰두하고
있다. 가족간 화제도 대부분 집 이야기다. 은행에서 집값의 75~80%를
융자해주는 제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부부의 수입으로 융자금을
어떻게 갚아나갈 것인지, 모여앉으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국가통계국은 최근 전국의 집값 평균치를 발표했다.
1㎡에 베이징은 4100위안, 상하이 광둥은 3000위안, 푸젠 톈진 랴오닝은
2070위안이라고 발표됐다. 사는 집에서도 평등이 무너지고 차등이
인정된 것이다. 1㎡에 1위안이 채 안되는 임대료를 내던 중국인민들은
몇만 위안이나 되는 집값을 마련하기 위한 '자본주의식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