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에 높이 43m의 세계 최대 청동좌불상을 조성하는 일을 두고
불교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자극적인 언어와 거친 행동이
터져나왔고, 한국 불교의 대표 사찰이라 할 수 있는 해인사와 실상사가
서로 먼저 사과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이 빚어졌다.
그처럼 출구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는 듯하던 두 사찰 사이의 대립이
극적으로 해결되었다. 더욱이, 지극히 불교적인 방식으로 해결되었고,
그랬기 때문에 일거에 해결될 수 있었다.

세간의 진흙탕에서 뒹구는 놈이 출가 수행하는 스님들 일을 두고
입방아를 찧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님을 잘 안다. 그러나 이 일은
스님들만의 일이 아니고 불자들만의 일도 아니다. 일반 언론 매체까지
관심을 가지고 연일 추이를 보도하고 있는 것도 이 일이 어느 한 종교의
'집안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터이다.

사실상 한국 불교는 꽤 오랫동안 사회적, 문화적 차원에서는 세간에
모범을 보이는 사례가 참으로 드물었다. 오히려 빈축을 살 만한 모습이
많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말 모처럼, 바로 이것이
갈등을 푸는 불교식 방법이며 세간의 모든 갈등도 결국에는 바로 이렇게
푸는 것이 최고이자 궁극이라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선불교의 화두 중에, 한 손바닥으로 치는 손뼉소리가
어떻겠느냐는 것이 있다. 화두를 가지고 뜻을 해석하는 망발을
저지르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일의 추이를 보며 갑자기 그 화두가
떠올랐다. 중생들은 한 손으로 손뼉을 친다는 것부터가 도무지 상상을 할
수 없고 거기서 소리가 난다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저
농담이요 말장난일 듯싶다.

그러나 바로 여기 한 손으로 치는 우렁찬 손뼉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실상사와 해인사라는 두 손바닥이 부딪쳐서 낸 손뼉 소리는 그야 말로
유리 조각으로 칠판을 긁을 때 나는 것과 같은 끔찍한 소음이었다.
그러나 이제 실상사 측에서는 해인사에 대해 사과와 관련자 징계 요구를
모두 철회함으로써 제 손바닥을 상대 손바닥에 갖다 부딪치는 일을
거두었다. 한 손으로만 손뼉을 치는 셈이다. 해인사 측에서도 실상사의
손바닥에 갖다 부딪치던 일을 거두고 한 손으로만 손뼉을 치기로 했다.
그리고 바로 그 한 손만의 손뼉들이 세상 전체를 진동시키는 우뢰 같은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삐걱거리는 소음이 애초부터 안 났더라면 물론 가장 좋았겠지만, 그 동안
승가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되풀이해 보면서 불법승 삼보
가운데 승보가 무너졌다고 걱정하던 불자들도, 또 불교를 한국
사회와 문화의 자랑스러운 인도자로 보기보다는 짐스러운 부담으로
여기던 이들도, 이 한 손으로 치는 손뼉 소리를 들으며 감동받고 있다.
정말 홍역처럼, 이제 다시는 그 병을 앓지 않아도 되는 면역이 이번
일로써 확실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한편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됐던 해인사의 청동좌불상 문제는 해인사가
'높이와 크기는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임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열어놓았다. 앞으로 본격화될 그 문제에 대한 논의도 모처럼 어렵게
만들어진 화해의 분위기 속에서 불교적인 방식으로 풀릴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서울대 교수·종교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