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울타리안에서의 명분 싸움은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가 이탈리아 세리에 A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
안정환의 페루자 1년 임대가 지난달로 만료된 가운데 재계약 문제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페루자가 제시한 조건은 '100만달러 이적 또는 50만달러 6개월 재임대 후 이적 결정'이다. 안정환의 에이전트사 이플레이어는 이적, 소속팀 부산 아이콘스는 계약서상의 210만달러가 아니면 재임대 하겠다는 생각이다.
갈등 원인은 ▲불신 ▲선수를 차지하기 위한 이해관계에 있다. 부산은 100만달러가 헐값으로 보이는 데다 안정환이 국내로 복귀할 때 다른 팀으로 옮길 가능성을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플레이어는 부산이 이탈리아 축구의 현실도 모른 채 돈만 생각한다고 여긴다.
그렇다면 페루자로 눈을 돌려보자. 페루자는 한국 축구에 크게 실망해 있다. 이플레이어가 현지서 100% 재계약을 장담하고 돌아갔는데, 이후 이플레이어와 부산에서 번갈아 계약조건 변경 가능성을 타진하는 전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산 곽단장으로부터 이탈리아 방문 계획을 들은 페루자는 '만날 이유가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페루자는 안정환이 왜 재임대안을 거부했는지 의문스러워한다. '안정환이 대표팀에 뽑히면 6개월간 제대로 뛰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소식을 접한 메아뗄리 언론담당관은 "1년간 고생해서 이탈리아에 적응했는데 그만한 각오도 없이 어떻게 뛰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또 내심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고 있다. 98년 페루자가 나카타(AS 로마)에게 제시한 이적료는 100만달러선이었고, 일본축구협회가 적극적으로 자국 스폰서를 구해 330만달러를 채웠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인들이 일본을 쉽게 생각하지 않고, 현지 교포들이 '한국이 망신 당하고 있다'며 걱정하는 이유다.
20일쯤 전지훈련을 떠나는 페루자는 안정환에만 매달릴 수 없다고 공언한 상태다. 안정환은 귀국 직전 현지 기자로부터 "당신이 재계약에 실패한다면 당분간 한국 선수들이 이탈리아로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들었다고 한다. 부산과 이플레이어 모두 안정환을 하루 빨리 이탈리아로 보내는데 주력해야 한다. 〈 스포츠조선 김미연 기자 ibiz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