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건국 이래 최고단계의 법치주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위로는 대통령부터 밑으로는 세무서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집권여당 대표로부터 별볼일없는 당 고문에 이르기까지. 그뿐인가.
동업언론 모함에 혈안이 된 일부 친여언론과 언제나 권력에 우호적인
일부 방송들까지. 그리고 도대체 어떤 사람들을 대표하는지도 알 수
없는 일부 단체들까지 동시다발로 총궐기하여 법과 원칙을 소리높여
외치고 있으니 단군 이래 어느 시대에 이보다 더 법치주의가 만개한
적이 있었던가.

중소기업에 불과한 언론기관들을 넉 달 넘게 이잡듯 뒤져 놀랍게도
재벌조사 때보다 많은 5000여억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면서 어김없이 법과 조세정의를 내세웠다. 우리 사회를
해일처럼 휩쓸고 있는 이 거창한「법치주의」의 물결이 진실로 우리
사회의 조세정의를 일으켜 세우고「언론개혁」을 성취한다면
비판언론들은 기꺼이 희생양이 될 용의가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현대사에서는 권력이 법과 원칙에서 가장
멀리 떨어졌을 때 오히려 더 강력한 법치구호가 횡행했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과거 독재자들은 입만 열면 법과 원칙을 들먹였다. 참담했던
일제시대가 그랬고, 암울했던 자유당 시대와 살벌한 5·16쿠데타 이후가
역시 그러했다.

그들은 겉으로는 법치를 내세우면서도 실은 실정법이든 자연법이든
법과 원칙을 내팽개쳤다. 그럴 때마다 본능적으로 느끼는 두려움과
죄의식 때문에 언제나 자유언론을 경계하고 억압해 왔다. 확정되지도
않았고, 승복되지도 않았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법에도 정해지지 않은
세금을 탈루했다고 탈루유형까지 친절하고 소상하게 국민에게 밝히는
것도「법과 원칙」의 이름으로 였다.

이리하여 소수의 친정부 미디어를 제외하고는 한국을 이끌어온 중심적
언론들 모두를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탈법자로 낙인찍으려 한다. 전직
재무장관이「헌법적 수준을 넘는」처사로 규정한 건국 이래 초유의
비판언론 죽이기가 과연 이땅의「법과 조세정의」를 얼마나 일으켜
세우고 정권 재창출에 기여할지는 오로지 역사가 입증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