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정권의 사활을 건 것 같은 언론사 세무조사가 최후의 절차를
밟아가면서 민주당이 일부언론과 야당을 향해 퍼붓고 있는 매도의 욕설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국세청의 언론사 검찰고발이 하루 앞으로 예고된
28일엔 급기야 집권당의 대권후보를 자임하는 한 정치인의 입에서
특정언론을 야당총재의 하수인 쯤으로 험구하는 극언이 튀어나왔다.
확대간부회의 석상에서 '언론이 이 시대 최후의 독재권력'이라는
기상천외의 폭언을 한 지 이틀만이다.

하지만 정말로 주목되는 것은 이런 발언 하나 하나가 아니다. 그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민주당보 최근호의 발악적인 특정언론 공격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들어 민주당을 뒤덮고 있는 괴이한 기류다. 언제부터인가
민주당에서는 '대(對)언론 성전(聖戰)'이라도 외치는 것 같은 외줄기
저주 소리만 나오고 있다. 다양한 이해(利害)와 정견(政見)이 혼재하는
정치집단이어야 하는 정당이 흡사 전체주의 철혈조직처럼 획일화된
외침만 지른다는 것은 괴기스럽게만 보인다. 불과 한달 전 의원 비공개
워크숍에서 쏟아졌던 백화제방의 의견들, 그보다 앞서 정치권과 사회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정풍(整風) 주장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지금 민주당 구성원들을 짓누르는 것은 이러다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할지
모른다는 절박감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에는 더이상 기댈 여지가
없으며, 따라서 남은 것은 '돌격 앞으로'뿐이라는 나름대로의
위기의식이 형성돼 있음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방법론에서까지 모두가 집단최면의 증세를 보이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구성원들의 개개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어떤 작위적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비정상적인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적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은 사석에서는 지금의 극렬한 언론죄기에
상당한 의구심을 피력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어제
취재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뿐 아니라 청와대 내부에서도 지금
세무조사에 대해 아무도 가타부타 얘기를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마주 달리는 열차를 누구도
멈추려 하지 않는다. 이런 게 결코 정부에도 득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말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합리의 목소리는 사석을
벗어나지 못한다. "공식석상에서 온건론을 펴면 왕따당하는
분위기"라는 게 이들 소수파 의원들의 실토다. 민주당의 요즘 거동은
조금 심하게 말하면 불안과 공격성이 한데 섞인 일종의 집단 히스테리
비슷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